청춘을 마음껏 누리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요즘 대학생들. 공부, 동아리 활동, 연애 등 두루두루 열심히 하면서도 늘 허무했다는 서지행(25)양과 원하던 학교도 전공도 아닌 대학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문현진(29)양. 이들이 대학 시절을 인생의 방향을 정립하는 알찬 시기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비우면서였다. 꿈과 희망, 열정…. 무엇이든 채워야만 발전할 것 같은 청춘의 시기에 이들은 비움으로써만 가능한 진정한 성취를 경험했단다.
문 요즘 대학 분위기는 어때? 후배들 보면 취업 준비 때문에 진짜 바쁜 것 같더라.
서 정말 바빠요. 공모전, 어학연수, 해외 봉사, 인턴십도 해야 하고, 이런 게 필수 코스가 돼버린 거 같아요. 뒤떨어질까봐 아등바등하고, 경쟁에 치여 사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문 요즘은 다들 열심히 해서 학점도 좋고 토익 점수도 비슷하잖아. 그래서 인사 담당자나 헤드헌터들은 잘 융화될 수 있는 성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나로선 명상으로 열린 생각을 갖게 되면서 삶의 여유가 생긴 게 면접 볼 때도 남다르게 한 것 같애.
서 굉장히 공감이 가요. 스펙도 많이 쌓고 자기 계발을 많이 해도 자기가 누구고 왜 살아가는지 근본을 모르면 허무하죠. 저도 그랬고요. 선배님 말처럼 인사 담당자들이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잖아요. 저도 명상하면서 저건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니 반은 했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문 나중에 명상센터에서 나랑 같이 면접을 봤던 분을 우연히 만났어. 되게 반갑더라. 그분 말이 ‘네가 명상을 해서 면접할 때 그랬구나!’ 하는 거야. 어쩐지 말하는 게 굉장히 여유로웠다면서. 사실 그게 제일 어렵잖아.
서 면접관들이 얼마나 많은 지원자들을 만나봤겠어요. 근데, 다들 인성이 중요하다면서도 왜 지나쳐버리게 되는 걸까요?
문 인성은 시험이 없잖아. 구체적인 수치로 내가 인성이 좋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자꾸 그렇게 되는 거 같애. 난 면접 가서 인상 좋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 마음 비우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면서 저절로 얼굴이 펴진 덕분이지.
서 그래서 ‘마음수련 명상은 성형외과다’라고 하잖아요.(웃음)
문 자신감이 생기니까 외모도 예뻐질 수밖에 없는 거 같애. 4학년 취업설명회 때 친구들은 그냥 듣고 갔지만 나는 인사 담당자를 찾아갔어. 그 뒤에도 취직에 대해 잘 알 거 같은 사람, 또 회사 다니는 선배한테 물어가며 하니까 취업 준비도 되게 신나고 재밌더라구.
서 진짜 놀랍다. 그런 건 정말 자신감이 없으면 못 할 것 같아요.
문 사실 취업 준비가 힘든 게 아니거든. 오히려 즐겁고 신나지. 다양한 걸 알고 경험할 수 있으니까. 만약 명상을 안 했다면 나도 내가 잘났다는 생각에 혼자 다 알아서 하려고 애썼을 거야. 하지만 명상하면서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게 된 후엔 그냥 묻고 다녔어. 모르는 걸 묻는 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진 거야.
서 마음을 버리며 자기반성을 하면 허황된 생각을 버리게 되니까 현실적으로 나한테 맞는 걸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옛날엔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좌절하고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새롭게 길을 찾아가게 되었다고 할까.
문 맞아. 그 길을 계속 가든, 다른 길을 찾든, 중요한 건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거지.
서 선배님 얘기 들어보니까 직장 구하는 것도 복잡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겠는데요. 특히나 요새는 인턴 한번 안 해보면 지원도 못 해요. 근데 말씀 듣다 보니 내가 하고 싶으면 한번 해봐야겠구나, 직장 구하는 게 아무리 어렵다 해도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드네요.
문 어디든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애. 내가 하는 일이 하찮다고 업신여기거나 대충 하는 게 아니고,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더 좋은 기회는 생기게 되어 있으니까.
서 저는 명상하고 가장 좋았던 게 잡생각이 없어진 거예요. 어떤 걸 하든지 그 순간엔 집중하고 있더라구요. 명상하고 나선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책을 보고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더라구요.
문 마음공부하느라 시간 뺏길 것 같지만 오히려 학점도 더 잘 나오잖아. 그게 점수에 매여서 책 봤을 때랑 다른 거야. 내 친구들만 봐도 2학년 말부터 우리도 이제 학점 신경 쓰자, 이러다간 취직 못 한다면서 공부했거든. 근데 토익 시험 치기도 전부터 걱정만 하는 거야. 하도 그래서 ‘모르는 건 잘하는 애한테 물어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도대체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냐고 하더라고.(웃음)
서 그거 근거 있는 자신감인데.(웃음)
문 난 처음에 대학 들어가서 실망을 많이 했었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 거야. 대학에 가면 공부도 심도 있게 하고 똑똑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친구들이랑 매일 술이나 마시고. 학교도 전공도 원하던 것이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애. 그러던 차에 1학년 여름 방학 때 엄마가 마음수련 명상을 해보라고 했어. 그때는 아싸, 엄마랑 안 싸워도 되는구나, 집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웃음) 마치 도피처처럼 명상을 하러 갔던 거 같아.
포장할 필요가 없는 게 좋아요
서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모범생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대학 가면 일단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아리도 서너 개,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장학금도 받았거든요. 근데 나중엔 스트레스가 되더라구요. 모두 잘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었죠. 정말 힘들더라고요. 뭘 위해서 이러는지 모르겠고, 왠지 허무하고 충족이 안 되는 거예요. 매사에 나는 안 될 거야 하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고요. 저도 교환 학생 가려고 준비할 때 부모님이 권해서 하게 됐어요.
문 난 명상하면서 내가 진짜 잘못 살았다는 게 느껴지더라. 다 내가 선택해놓고, 학교도, 친구도 색안경 끼고 봤던 거야. 괜히 엄마한테 왜 나를 이해 못 해주냐고 뭐라 하고, 친구들한테도 진실하게 대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구. 명상하고는 완전히 바뀌었지. 엄마한테도, 친구들한테도 정말 잘못했다고 했어.
서 저도 그랬어요. 제가 워낙 내성적인데 대학 와선 좀 달라져야겠다 싶어서 억지로 활발한 척했거든요. 그런 내 모습에 지쳤었는데, 명상하면서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지 알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항상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라는 말을 듣고 인정받기 위해 포장하며 살아왔더라고요. 지금은 있는 그대로 대하게 됐고, 사람들 만나는 게 편해졌어요.
문 완전 공감. 나도 친구들한테 이중 마음으로 대했더라고. 예를 들어 나는 친구가 힘들 때 얘기 들어주고 힘내라며 편지도 써줬는데 그 친구는 안 그러는 거야. 그게 되게 힘들었어. 근데 명상하고선 완전 바뀌었지. 그냥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잖아. 바라는 거나 기대하는 거 없이…. 그 마음을 배웠지.
서 저는 매사에 완벽하고, 하고 싶은 걸 이뤄야 한다는 욕심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계획대로 안 되면 좌절하고 불안해하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미래에 꼭 어떻게 되어야만 해’ 하는 생각은 오히려 저의 가능성을 막는 걸 수도 있잖아요. 옛날엔 계획 세우느라 시간이 다 갔는데 이젠 안 그래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니까 길도 보여요.
문 맞아.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을 버린 만큼 세상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거야.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나서 좋아하지 않았던 학교의 캠퍼스가 아름다워 보이고, 전공이 재밌어졌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신기해. 명상 후에야 대학 생활이 진짜 즐거워졌다니까.
서 전 어릴 때부터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 내가 이다음에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 명상을 하면서 세상은 그대로 있을 뿐인데, 내가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라는 걸 크게 깨달았어요. 오늘 선배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구요. 고마워요, 참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문 나도 마찬가지야. 아주 좋은 시간이었어. 우리 앞으로도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