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박훈일 선생님의 사진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박훈일 선생님은
사진가 김영갑 선생님께서 제주도에 머물렀던 당시
김영갑 선생님을 “삼촌”이라 부르며 사진을 배우고 따르던 제자 입니다.
그러다가 2005년 김영갑 선생님께서 떠난 뒤
서귀포 삼달리의 폐교자리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운영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시고요…
많은 분들이 김영갑 선생님의 좋은 사진을 볼 수 있는 것도
박훈일 관장님의 엄청난 노고의 결실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박 관장님이 김영갑 선생님을 통해 사진을 배운 것 중 하나를 손꼽는다면
오랫동안 관찰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 장소가 좋으면 계속 가게 되고
오래 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박훈일 관장님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제목은 기억: 낯선 익숙함 입니다.
선생님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유년에 가졌던 기억들…
제주의 모습이 변하는 게 아쉬워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기에 남아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진을 찍으셨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가기 위해 5km를 걷는 동안
때론 옆길로도 새면서 동네 형들이랑 놀기도 했던 그 시절이
나이가 들면서 자주 떠오른다고 하시더라고요….
문을 열고 밖을 나선다.
바람이 분다.
오름이 보인다.
오솔길을 따라 안개가 자욱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오후일 것이다.
빛, 어둠, 향기, 온도, 습도, 소리…
자연의 품안에 있다.
나와 자연의 경계는 사라지고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오로지 감각만으로 온몸이 느낄 뿐이다.
오래된 기억,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아이들과 고구마를 캐어먹었고, 콩을 구워먹었다.
지네잡고, 고사리를 꺾고, 학교엔 가지 않았다.
오름에서, 들에서 놀았다. “산전학교”라고 했다.
지금, 그곳은 새 길이 만들어졌고,
그때의 추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낯선 풍경에 서 있다.
언젠가 와 본 듯 익숙한 다른 풍경이다.
나의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만든다.
그곳은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아
다시 찾을 때, 시간이 더해졌을 뿐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한다.
이제 아들, 딸과 함께 그곳을 걸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