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집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축하한다’보단 ‘감사하다’가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을 받은 기분이에요.(박정현)” “팬들은 물론 후배 가수들도 조용필 선배님의 새 음악을 기대했습니다. 멋진 앨범 발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자우림 김윤아)”
조용필이 10년 만에 낸 19집 ‘Hello’에 대해 후배 가수들은 ‘축하’가 아닌 ‘감사’를 표했다. 이것은 쇼케이스 현장에 찾아온 팬들과 기자들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왜 ‘축하’가 아닌 ‘감사’일까. 단지 선배라서? 아니다. 그것은 조용필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가수라는 데 있다. 그의 신곡 ‘Bounce’가 발표됐을 때 놀라웠던 것은 ‘조용필이 여전히 오빠’인 옛 세대들의 열광적인 반응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용필이 누군지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조차 ‘너무나 세련된 곡’에 매료되었다는 것이 감동의 실체였다.
지드래곤은 SNS를 통해 ‘Bounce’의 가사를 적어 자신의 팬심을 알렸고, 태양은 “Wow, 조용필 선배님… 미리듣기 음원이 이렇게 좋을 수가…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킬까 겁나~”라고 그 곡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것은 그저 젊은 가수들의 예우가 아니었다. 조용필 19집 앨범의 수록곡들은 그 음악적 트렌드가 모두 현재에 닿아 있었다. ‘Bounce’나 ‘Hello’는 모던 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하드록의 느낌까지 덧붙여진 데다, 조용필 특유의 지극히 한국적인 감성의 보컬이 만난 특정 장르를 얘기하기 어려운 그런 곡이다.
한국 나이 64세, 데뷔 45년을 맞는 조용필이라는 가수와 모든 음악적 장르와 요소들이 모두 녹아 있는 느낌이다. 사실 이미 그가 가수로서 쌓아올린 것들은 대단하다.
국내 대중가요 최초로 ‘친구여’가 교과서에 수록됐고, 국내 최초로 단일 앨범 ‘창밖의 여자’ 100만 장 돌파, 국내 최초 음반 총판매량 1천 장 돌파, 국내 대중 가수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 공연,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로 팬클럽 ‘오빠부대’ 탄생, 건국 이후 ‘최고의 가수’로 선정 등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는 기록들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에서 5~6년째 가수왕을 연속 수상하던 그는 1987년 후배들을 위해 더 이상 상을 안 받겠다고 선언하며 진정한 가수왕의 면모를 보인 바 있다. 때문에 후배들조차 단순히 후배를 넘어 진정한 팬으로서 19집
‘정말 아들 뻘인 내가 들어도 촌티는커녕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아버지와 제가 함께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곡에 쏟아지는 젊은 세대들의 공감은 그가 노래를 통해 세대와 시간과 국적과 장르를 넘어 소통시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어떻게 노래 한 곡으로 이렇게 모든 벽을 허물어낼 수 있을까.
조용필은 그래서 그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그의 음악 속에는 무수한 장르를 통과해내면서 그 경계를 무화시키는 원숙함이 묻어나고, 어떻게 들으면 민요 가락 같은 한이 섞인 듯한 그 목소리는 강렬한 록에 얹어지면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는 모던하고 세련된 노래로 탄생한다. 그러니 그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살아온 이들에게나 그 세월을 앞으로 살아낼 젊은 세대들에게나 조용필은 그 자체가 희망이고 감사일 수밖에.
조용필이 가왕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지 노래가 좋거나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다. ‘그’라는 존재 자체가 모든 걸 연결해주고 소통시켜주는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본 김제동은 조용필에게 “이제 19집을 내셨으니 열아홉 청년”이라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스무 살 청년 조용필의 노래 역시 또 듣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