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쇼핑을 위하여

요즘 물건 하나 사는 것이 보통 노동이 아니다. 먼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십 군데 쇼핑몰의 가격과 상품 평을 비교하고 제품을 선정한 후, 몇 군데를 추려 배송료는 없는지, 쿠폰이나 적립 혜택은 어떠한지 비교하다 보면 그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신적인 피로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물건을 살 때는 가격뿐 아니라 수많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광고 모델이 예뻐서, 판매원이 친절해서, 친구들이 샀으니까…. 혹은 대형 할인 마트의 ‘70% 대박 할인’ 문구에 계획에 없던 쇼핑을 하고, 카드 결제일이 되면 어김없이 후회를 한다.

유명 연예인이 사용한다는 화장품, 화랑에서 딱 한 점 남은 그림, 날씬한 모델이 광고하는 다이어트 음료를 사기 전에 생각해보자.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싸졌던 간에 지금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 자신의 심리적 결핍, 열등감을 채우기 위한 불필요한 소비는 아닌지, 소비를 부추기는 그 마음은 무엇인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 심리적 요인을 제거한다면 어떤 할인 혜택보다 ‘잘 사는’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문진정 & 참조 도서 <스마트한 생각들>(롤프 도벨리 지음 | 비르기트 랑 그림 | 걷는나무)

● 화장품 모델에 대한 환상

돈으로만 얻기 어려운 것들, 많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탄탄한 근육, 아름다운 외모 등에는 사람들이 쉽게 호기심을 갖고 광고에 현혹된다. 아름다운 모델이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를 보면 그 화장품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 모델들이 원래 아름다웠기에 광고 모델로 선발된 것이지 그 화장품을 써서 예뻐진 것은 아니다. 수영 선수 몸매에 반해 수영을 배우게 되는 심리도 마찬가지다. 수영 선수는 원래 좋은 신체 구조를 갖고 태어났을 뿐인데, 나도 수영을 하면 저런 몸매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수영 학원에 등록할 이유는 없다.

● 한정판 제품이 더 잘 팔리는 이유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티븐 워첼은 학생들을 상대로 비스킷의 품질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A그룹에게는 비스킷 한 상자를, B그룹에게는 달랑 두 조각의 비스킷을 주었는데 그 결과 A그룹보다 B그룹이 비스킷의 품질이 훨씬 더 좋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희소한 물건은 ‘특별하다’는 ‘희소성의 오류’ 때문인데 이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상실케 한다. 백화점의 ‘빅찬스! 오늘뿐입니다!’ 한정판 광고 앞에서는 이성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하자.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지,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인지.

● 4백만 원짜리 가죽 시트가 싸게 느껴지는 이유

당신이 8천만 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산 후 카시트를 사기 위해 상점에 갔는데 판매원이 고급 차에 어울리는 4백만 원짜리 가죽 시트를 권했다고 하자. 당신은 십중팔구 쉽게 수락할 것이다. 8천만 원에 비해 4백만 원은 소소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개의 물건을 평가할 때보다, 가격과 품질이 차이 나는 두 가지 물건을 비교했을 때 비싼 상품이 훨씬 더 좋아 보이는 현상이다. 10만 원에서 7만 원으로 할인한 제품은 원래 정가가 7만 원인 제품보다 더 싸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치 그것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 수백만 명이 샀다고 꼭 좋은 물건은 아니다

걸어가던 길에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신도 똑같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름다운 연주가 진행되는 콘서트장에서 관객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면 갑자기 홀 안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것은 ‘사회적 검증’ 심리 때문인데 다른 사람처럼 나도 행동하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심리를 이용해 많은 회사들은 ‘가장 잘 팔리는 것’이라며 부추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고 해서 좋은 상품은 아니며 나에게 필요한 상품은 더더욱 아니다.

● 호감형 판매원은 지우고 물건만 생각하자

호감 편향이 생기는 이유를 학문적으로 분석했을 때 1)외모가 매력적인 경우 2)출신이나 인품, 관심사가 비슷한 경우 3)상대가 먼저 호감을 보인 경우가 있는데 호감이 생기는 확률도 1, 2, 3의 순서대로 크다. 그래서 광고 기획자들은 잘생기고 예쁜 모델뿐 아니라 비슷한 외모, 사투리 등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평범한 인물을 모델로 선정하기도 한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광고 카피도 호감을 표현하는 신호다. 사람들은 호감을 보이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뻔한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물건을 사고 만다. 그럴 때는 실제 상대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호감을 느끼지 않는 가상의 인물과 거래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렇게 하면 호감 편향에 빠졌었는지 아닌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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