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의 저자 슈테판 클라인의 말입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고 하는 이 시대에, 그는 우리 안에는 아무 대가 없이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이타성이 있다는 것을, 결과적으론 남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줍니다. 이는 곧 그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하늘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하나로서 존재합니다. 혼자만 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이제는 마음을 모아 함께 살 때라고, 이제 그런 시대가 왔다고 하늘은 말합니다.
Coexist(코이그지스트)!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낯선 여자가 초인종을 누르고 어떻게 지내느냐 묻는다. 그리고 당신이 대답하면 그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50유로가 든 봉투를 내민다. 그 돈을 마음대로 쓰되, 하루 내에 다 써야 한다. 이번에 그 여인은 이웃집을 찾는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돈 봉투를 건넨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건이 다르다. 그 돈을 기부든, 누군가에게 밥을 사주든, 선물해야 한다는 것.
두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해졌을까? 대부분 마음대로 쓰는 편이 더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들이 더 기분이 좋았다.
이 이야기는 캐나다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의 실험 내용이다. 이번에는 이 심리학자가 600명의 미국인을 선별하여 수입 중 얼마를 선물이나 선행에 지출하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물었다. 이번에도 선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행복했다.
신경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보면, 피실험자들에게 가진 돈의 얼마를 선의의 목적에 기부할지 결정하라고 부탁하고 그들의 뇌 활동을 측정했더니 돈을 기부하는 순간, 선물을 받고 기뻐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보상 시스템)가 활동을 시작했다. 가진 것을 나누면 맛난 음식을 먹거나 예상치 못한 돈을 선물로 받았을 때와 같은 길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선행을 결심할 때는 그 신호가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되는 부위에까지 간다. 그 부위는 상대가 감사를 표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에도 반사적으로 활동을 개시한다. 타인이 제3자에게 무언가를 받는 광경을 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타인의 행복을 보며 느끼는 순수한 행복 역시 앞서 설명한 보상 시스템 덕분이다. 뇌 촬영을 해보니 뇌 활동이 강한 피실험자일수록 나중에 자기 것을 나누어준 비율도 높았다. 그러니 그들은 단지, 자신의 선행으로 상대가 행복해진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 것이다.
남극의 겨울은 가혹하다. 영하 50도. 눈과 얼음 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 황제펭귄이 있다. 1미터가 넘는 키에 40kg의 체구, 펭귄 중에 가장 크고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남극의 황제들이다.
차가운 대륙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속 1~2백 킬로미터의 눈 폭풍이 불어온다. 눈 폭풍이 서식지를 덮치기 직전 눈치 빠른 몇 녀석들이 목을 길게 빼고 소리를 낸다. 그 순간 허들링이 시작된다. 허들링(huddling)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밀착하는 행동이다.
두 발 위에 알을 품은 채 수천 마리의 펭귄들이 서식지의 중앙을 향해 모여든다. 잠시 후 1㎡ 안에 10마리가 들어설 정도로 빽빽한 대오를 이룬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눈 폭풍을 견디고, 그렇게 두 달을 버티면 사랑스런 황제펭귄 새끼들이 탄생한다.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감동적인 이유는 양보였다. 바깥보다 10도 정도 온도가 높은 허들링의 중앙에서 몸을 덥힌 황제펭귄들이 자리를 내주며 밖으로 이동하고 바깥쪽에서 눈 폭풍을 온몸으로 막아낸 녀석들은 안쪽으로 들어온다. 마치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움직인다.
‘아, 난 몸 좀 더 녹이고 나가야지’ 하며 잔머리를 굴리는 펭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거대한 허들링의 행렬에서 아무도 망설이거나 주춤거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남극의 겨울을 견디면서, 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를 배려해야만 한다는 것을 조류인 그들이 알고 있었다. 남극 대륙 40여 개의 서식지에서 이렇게 한겨울에 새끼를 낳아 기르며 살았었던 생명체는 강하고 사나운 동물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며, 변화에 대처한 펭귄이었다.
우리 촬영팀 세 명도 허들링으로 추위를 견뎌냈다. 눈 폭풍이 불어오면 황제펭귄에게서 배웠듯이 온몸을 붙이고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