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소셜 벤처 여행사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

렌터카보다는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 업체를 이용한다, 현지 음식을 먹으며 여행 경비의 대부분을 그 지역에 돌려준다. ‘나’만의 세계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다….

일곱 명의 20대 청년들로 구성된 ‘공감만세(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가 진행하는 공정한 여행 프로그램의 기본이다.

공감만세 대표인 고두환(28)씨가 ‘공정여행’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제대 후였다. 태국과 필리핀에서 해외 통신원, 시민단체 활동 등의 경험을 쌓는 동안 관광에 경제의 큰 부분을 의지하는 나라들의 폐해를 직접 목격하게 된 것. 또 관광객들은 대자본이 만들어낸 시설 속에서 즐기다 돌아가니, 지역 경제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꾸리는 ‘공감만세’를 시작했다. 공정여행의 첫 장소로 필리핀 이푸가오주의 작은 마을 바타드를 선택했다. 그곳에는 세계 8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계단식 논이 있었고, 그 절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곳 역시 개발과 관광화로 인한 폐해가 심각했다. 고두환씨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

“‘관광객이 여러분의 논을 밟아 무너뜨릴 때가 있으니, 그것만큼은 복원하고 가겠다’ ‘외부인의 산장 대신 당신들의 집에서 지내고 숙박비를 마을에 기부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죠. 처음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사기꾼’인 줄 알았다는 분들도 있었다더라고요.”

2010년 1월, 마침내 공정여행의 첫 발을 내딛었다. ‘젊음, 열정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대학생 공정여행 캠프’라는 주제 아래 7박 8일간 16명이 함께한 여행이었다. 이푸가오족에게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듣고, 발루이(baluy)라 불리는 전통 가옥에서 머물며, 이푸가오족의 먹을거리로 식사를 했다. 경치를 보고 즐기느라 파괴된 계단식 논의 복원 작업에도 참가하고, 도와주고 안내해준 주민들과 바타드식 전통 축제도 벌였다.

그렇게 모든 여행 일정이 끝났을 때였다. 마을의 토박이 한 분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네가 처음 이곳에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공정여행이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또다시 만날 수 있을 테지, 친구?”

이후 그해 필리핀은 물론, 서울 북촌과 충남 공주 등 국내까지 모두 26차례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한국 사람 10명이 떠날 때 현지인 1명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눔여행’도 기획했다. 빈민촌 지역을 배회하던 필리핀 소녀 조나는 나눔여행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여행을 다녀온 후, 빈민촌 공부방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주민들의 추천으로 장학생이 되어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여행이 그녀에게 꿈을 심어준 것이다. 이렇게 여행 수익금의 일부로 정서 치유와 더불어 여행의 기회를 준 그 지역 사람이 2010년 한 해만 26명에 이른다.

‘공감만세’를 이끌어오는 일년 반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고두환씨. 그는 그렇게 계속해서 공정여행을 향해 ‘go~’ 할 계획이다.

취재 최창원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미향, 고두환, 이영민, 이선희, 이성용, 조수희, 이후성씨.

‘공감만세’는 그동안의 활동을 인정받아 2010 고용노동부 소셜벤처 경연대회 우수상,

2010 한국청년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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