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왕따, 게임 중독…. 학교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인 상황.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그 대안으로 마음수련의 ‘마음 빼기’ 방법을 접목시키는 선생님들이 있다. ‘하루 5분 빼기 교실’, 새로운 꿈을 찾아주는 ‘대안 교실’, ‘마음수련반’ 동아리 활동, ‘인성 특강’ 등, 2014년 1학기에만도 많은 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100개 이상의 ‘마음 빼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스스로 마음수련을 한 후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 선생님들이, 학교 교육과 접목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빼기한 만큼 마음이 넓어지면서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고, 인성 함양이 된다는 것을, 일선의 많은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은따’ 두려움 버리고 스스로 세상에 나오다
임은숙 선생님 이야기
2012년 고2생들을 대상으로 ‘마음 빼기를 통한 집중력 향상반’을 개설했을 때였다. 친구하고 얽힌 사연들, 열등감, 무기력한 감정들, 사랑, 미래, 시험과 관련된 기억 등 집중을 방해하는 마음들을 빼기하자는 거였다. 매주 한 번씩 100분 동안 나의 마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려주고, 그 마음을 빼기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런데 그중 정말 열심히 하는 아이가 있었다. 성격이 조용하고 남자아이치고는 왜소한 체형에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그리고 10회로 예정된 ‘집중력 향상반’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아이가 ‘지난 1년 동안, 셔틀, 심부름 등 어떻게 은따를 당해왔는지를 자세히 기록한 노트’를 자신의 엄마에게 준 것이다. “마음 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알게 되었어요. 말하고 싶었는데 애들에게 더 왕따당할까 봐 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계속 두려움도 버리고 위축되는 마음들도 버리다 보니, 더 이상 이렇게 있지 말고 말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적기 시작했어요.”
괴롭힘에 가담했던 아이들 모두 징계를 받아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징계를 받으면 그 애들의 앞날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엄마들이 나서서 사과했지만, 아이는 용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는 며칠째 학교에 못 나오고 있었다. 겨우 설득해 학교에 나왔을 때 계속 마음 빼기를 해보라고 했다. 더 깊이 버리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일 거라고. 며칠 후 아이가 친구들을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 수련하면서 내 마음을 보니, 친구들을 벌주어 복수하고 싶은 게 아니었더라고요. 그냥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결국 친구들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였고, 아이는 그들을 용서했다.
이 이야기는 임은숙 교사(현 구일고)가 전임교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그 아이는 그 후 다시 학교에 나와, 반 아이들하고 잘 어울리게 되었다고 한다. 임교사가 마음 빼기를 수업에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스스로 마음수련의 효과를 경험하고부터다. 실제로 위의 사례처럼 마음 빼기만 시켰을 뿐인데 학생 스스로 열등감, 무기력감, 불면증 등을 해결하게 된 사례 또한 수없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기쁜 건, 마음 빼기만으로 자신이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경기여고 ‘마음 빼기 특강반’ 개설, 진정한 인성 교육의 길을 찾다
유안기 선생님 이야기
“요즘 아이들 누구나 힘든 마음이 있어요. 특히 공부, 입시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자책감, 결과에 대한 불안, 두려움, 초조함도 많고요. 경쟁 스트레스에 지치다 보니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 친구 관계에서도 너그럽지 못해요. 그런 마음들을 버리게 하면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고 여유가 생기면서, 친구들도 배려하게 되고, 학교생활도 훨씬 더 잘하게 되지요. 마음 빼기를 하며 자기 성찰을 조금만 하더라도 확연히 바뀌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경기여고에서는 올해 7월, 2주 동안 ‘마음 빼기를 통한 자아 성찰 및 집중력 향상 학생 인성 특강’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는 경기여고 연구부 부장 유안기 교사. 유교사가 처음 마음 빼기를 교육에 접목한 것은 8년 전 고3 담임을 할 때였다.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 5분씩 ‘스트레스받았던 마음들’을 빼기하게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이 편해지며 집중력은 높아졌고, 대학 입시 결과도 좋았다. 몇 년째 그런 경험을 한 후 이번에는 아예 특별 인성 특강반을 개설한 것이다.
학기 중간, 모집 공고를 냈을 때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다. ‘항상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해서 편안한 마음을 갖고 싶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부쩍 생각이 많아져 고민이다’ ‘집중력이 부족해 공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맨날 후회하게 된다’ 등 참가하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집중을 요하는 프로그램이라, 자기소개서를 쓰게 해서 꼭 필요한 학생 20명을 뽑았다. 그 결과는 이러했다.
‘마음이 편해지고 비워진다는 걸 느낀다. 더 재밌게 공부하게 되었고, 수업 시간에 바로 질문을 못 했는데 이제 집중해서 들으니 다 하게 된다.’ ‘부모님의 기대가 크다 보니까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압박감, 스트레스, 시험을 볼 때마다 실수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답답한 마음이 치유되고, 이제는 후련한 기분이다. 앞으로도 집중에는 자신 있을 거 같다.’ ‘어떠한 일에 대해 내가 잘못해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남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2주 후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집중을 방해하는 마음들을 버리면서 집중력이 확연히 늘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봄으로써 자신을 반성하고 다른 친구들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힘까지도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여고 설문 조사 결과
■ 매우 그렇다 ■ 그렇다 ■ 별로 그렇지 않다 ■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에 마련된 ‘마음 비움터’
정연희 선생님 이야기
2012년 학교 폭력 예방 우수 사례로 교육부 표창을 받으며, 폭력 없는 학교로 알려지게 된 경기도 고양시 저동중학교. 이 학교의 2층에는 ‘마음 비움터’가 마련돼 있다. 방처럼 편한 바닥에 수련 의자가 놓여 있어, 누구라도 언제든지 와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곳이다. 2012년부터 아이들을 위해 열었던 ‘마음 빼기’ 수업이 아이들의 폭력 성향을 줄이는 등의 긍정적인 성과로 드러나면서 학교에서 아예 빈 교실을 활용해 마음 비움터를 만든 것이다.
‘마음 비움터’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 교실’, 학부모들을 위한 ‘원활한 소통을 위한 마음 빼기 반’(5주간 10회, 20시간)도 열렸다. 대안 교실이란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실. 승마, 조소, 도예 외에도 특별히 ‘마음 빼기’ 프로그램을 넣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며 앞으로의 꿈을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연희 교사는 2학기에도 빼기와 접목시킨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 외에도 학교 특색 사업으로 실시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마음수련(홍성 서부초), 스마트폰 중독 학생을 위한 마음수련 프로그램(진해 중앙초), 1학년 학생을 위한 인성교육 캠프(예산고), 학생들의 꿈을 찾을 수 있는 대안 교실(선사고, 서초고) 등 2014년 상반기만 해도 다양한 주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 빼기 교육이 진행되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도록 해줄 수 있을까?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아이들이 밝게 성장해나가는 것을 볼 때면 더없이 기쁘다”는 선생님들의 마음만큼 ‘마음 빼기’ 교육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