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람 – 그해 겨울은 情다웠네 (1)

 
 

주는 사람
그해 겨울은 情다웠네 (1)

 

주는 사람은 ‘나’가 없어
상대를 먼저 생각합니다.
쏟아지는 햇빛과 바람 한 점에도
감사하는 사람.
정 주는 사람의 따스함은
사람을 살립니다.
차가운 한겨울에도 백만 송이
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사람.
정겨운 세상을 만드는
정다운 사람들의 정 이야기.

 
 
 

 


 

 

상대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그녀의 믿음

김병윤 / 43세. 디자인 업체 운영. 서울시 강남구

첫아이 돌잔치를 불과 두 달 앞둔 2008년. 근무하던 부서가 없어지면서 갑자기 회사에서 정리 해고 통보를 받았다.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고 망연자실 일주일이 지났다. 힘들어하는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당신은 늘 최고잖아. 당신에게 정말 좋은 기회를 준 거 같애. 사업을 시작해보는 건 어때? 당신은 사업가 자질이 있어.”
사업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아내의 당찬 한마디가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후배와 동업으로 기업 홍보물을 만드는 디자인 회사를 준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슬며시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영업하려면 노트북과 멋진 양복 정도는 있어야지. 당신은 충분히 멋진 사람이니까 주눅 들지 말고 즐겁게 일해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해. 단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그날 이후 난 뒤돌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본금도 없고 사무실도 없었다. 동업자는 커피숍에서 눈치를 보며 작업을 하고 난 쉴 새 없이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영업을 했다. 적금을 헐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8개월이 지나고 다행히도 사업은 생각보다 빨리 안정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일년 만에 동업자와 큰 의견 충돌에 부딪쳤다. 어렵게 일구어놓은 회사를 후배에게 넘겨주고 다시 빈손으로 나왔다. 허탈함과 배신감의 충격이 나를 뒤흔들던 그때, 이번에도 상황을 반전시킨 건 아내의 한마디였다.
“여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좋은 경험했잖아. 당신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뿐이야. 지난 일년을 봐, 당신의 노력은 최고였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분야로 뛰어든 게 잘못이었다. 어렵사리 벌어놓은 돈을 불과 7개월 만에 고스란히 까먹고 생활비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둘째가 태어났다. 그때도 아내는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당신은 실패한 게 아니야. 모든 것은 이유가 있고 때가 있대. 지금 이런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조급해하지 말고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걸 하면 좋겠어.”
지난 4월, 나는 다시 디자인 회사를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상황은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아내처럼 자신에게 말한다. “괜찮아, 난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라고.
매일 아침, 어김없이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배달된다. ‘여보, 알지? 내겐 언제나 당신이 최고라는 거.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즐겁게 일하는 거 잊지 말고~♥’ 나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본 적 없어?” 아내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늘 명쾌하다. “후회? 한 번도 없어. 당신은 내게 언제나 가장 완벽한 사람이야.” 그런 그녀를 나는 ‘초긍정 아내’라 부르며 웃곤 한다.
난 여전히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한다. 그런 내가 완벽한 사람일 수도 없고 최고일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내의 한결같은 믿음은 특별한 치유력이라도 있는 듯 나를 웃게 만들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아내는 애써 상대를 믿어주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상대와 하나가 될 뿐이다. 작든 크든 상대가 지닌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이다. 아내의 순수한 믿음에서 나는 상대와, 세상과 하나 되는 법을 배운다. 고맙습니다. 살아가는 법을, 사랑하는 법을, 감사하는 법을 알게 해주어서…
 


2010. 12. DECEMBER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