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해, 버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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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련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내 마음 편해 보자는 목적이었다.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결혼을 할까 말까 매우 고심하다 결국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집 식구에게 남편 이름으로 은행 융자를 해주었는데 한 번도 갚지 않고 여태 소식이 끊어진 상태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 일로 남편과 자주 싸웠고 이혼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다.
한 푼도 써 보지도 못한 이 큰 빚을 우리가 떠안기로 결정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매달 지불할 때마다 억울한 생각에 남편에게 뭐라 하면 남편은 언제까지 그럴 거냐며 되레 화를 내곤 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느라 힘들었다.
미국에 살면서 친정 동생들 결혼식에 참석도 못 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허무했다. 작년에야 겨우 23년 만에 친정에 다녀올 수 있었다. 당시엔 지금의 내 나이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하는데 빚에 허덕이고 있으니 의욕도 잃고 무기력에 빠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싫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남편과 사이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점 하나에 님이 남이 된다고 우리 부부는 한집에 같이 사는 동거인일 뿐이었다. 아이들도 직장 때문에, 학교 때문에 기숙사로 다 떠나고 둘만이 남은 상태에서 매일 이런 불편한 관계로 지내는 것이 지겨웠고 스트레스에 편치 않은 마음이어서 그런지 위에도 탈이 나 먹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음수련을 하고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8개월 전 시작하게 된 이 수련으로 요즈음 나는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남편을 이해하거나 용서하기 위해 애를 써서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저절로 많이 너그러워지고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먼저 이런저런 말을 할 수도 있게 되고 화도 나지 않게 되었다.
한 예로 남편이 방에 불을 끄지 않고 나올 때가 자주 있는데 예전에는 왜 끄지 않았냐고 한마디 하거나 혼자 궁시렁거리며 가서 껐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끄게 된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남편도 내가 원망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으니 편안해하는 것 같다. 사실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한 원망을 버릴 때는 잘 버려지지가 않아 매우 힘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은 마음으로 그 사람이 앞에 있다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실컷 다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쉽게 버려졌다. 나 혼자 불평하고 속 끓이고 옆에 있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 것이 모두 내 탓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수련 후 하게 되었다.
예전의 마음 버리기, 비우기란 그저 체념이고 포기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은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언젠가는 다시 올라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완전히 깨끗이 버려야 하는 것이고 마음수련은 그렇게 해준다.
수련하면서 참회한 것이 많지만 특히 자식에 대해서는 엄마로, 어른으로 잘못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반성했다. 너희는 어리니까, 자식이니까 하며 아이들 의견은 들을 생각을 안 하고 무조건 명령하고 복종을 강요했다. 수련하고 얼마 후 딸도 수련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딸과 수련 얘기도 하면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그랬었나?’ 할 정도로 기억에도 없는 일을 아이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딸에게 “미안해, 버려줘~”라고 말한다.
마음수련 후 예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지고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젊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이제는 바람처럼 흘러 나가 버려 마음에 남지를 않으니 그지없이 편안하다.
마음수련의 방법은 버리기만 하면 되는 매우 쉬운 방법이지만 강하고 끈질긴 ‘나’라는 자기중심적인 관념들 때문에 한편으로 쉽지는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갈 목표가 생겼다. 남아 있는 마음들을 완전히 버려 평화롭고 행복한 ‘나’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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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