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세상을 음미하라 _몽골 2

글 & 사진 이용한 <시인, 여행가>

몽골에서는 여자에게 “암사슴 같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예쁘다’는 최고의 찬사이다. 반면 남자는 “늑대 같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용감하고 멋지다’는 뜻의 찬사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늑대 같다는 표현과는 상반된 의미로 통한다.
몽골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처음 늑대와 암사슴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믿고 있고 이런 이야기는 신화로도 전해져온다. 그래서 몽골 사람들은 초원이나 구릉에서 늑대를 만나면 행운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더러 유목민이 키우는 가축을 늑대가 물어가거나 다치게도 하지만, 몽골 유목민들은 이때에도 늑대를 잡기보다는 쫓아버리기만 한다.

 

이 지구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원초적인 자연의 삶을 꾸려나가는 곳이 있다면, 몽골이다. 그러므로 몽골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선량한 자연의 후손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땅의 자식들이다. 몽골의 아이들에겐 초원과 사막이 학교이고, 양 떼와 말과 낙타가 스승이다. 이 아이들은 아장아장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말고삐를 잡는다. 한국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유치원과 학원에 다닐 때, 이 아이들은 말고삐를 잡고 초원과 사막을 공부한다. 한국의 아이들이 컴퓨터와 TV를 보고 있을 때, 이 아이들은 초원의 지평선과 구름을 시청한다.

어느 쪽이 더 불행한가, 행복한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은 그렇게 평생을 살면서도 우리처럼 불평과 불만, 불안 속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게르 한 채에 양 떼 50마리를 키우며 살아도 언제나 우리보다는 그들이 더 행복해 보인다. 언제나 부족을 느끼며 더 많이 가지려는 쪽은 우리다. 언제나 남을 딛고 올라서 이기려는 쪽도 우리다. 도대체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그토록 눈에 불을 켜고 입에 칼을 물고 사는 걸까. 세상에는 분명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땐 멈춰 서야 한다.

우리는 이 멋진 세계를 천천히 음미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 바람’ 알타이를 노래한 몽골의 시 한 구절이다. 몽골인들은 바람에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가령 고비의 모래바람은 ‘하얀 바람’, 알타이의 바람은 ‘푸른 바람’. 산자락의 초원이 푸르고, 하늘이 푸르니 바람도 푸르다. 푸른 바람을 뚫고 보르항 보다이(붓다를 뜻함)로 간다. 알타이에서 가까운 만년설산. 가깝다고?

이용한님은 1968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순수한 풍경과 사람, 고양이를 담아온 사진가이기도 한 님은 그동안 시집 <안녕, 후두둑 씨>, 문화기행서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옛집 기행> 고양이 시리즈 <명랑하라 고양이> 등을 펴냈으며 영화 <고양이의 춤>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여행 에세이로는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등 다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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