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몽각 글 전윤미
아버지께서는 늘 카메라를 놓지 않으셨어요. 우리가 싸울 때도, 울고 있을 때도, 산 정상에서 무서워 고개도 못 들고 어지러워할 때도, 아버지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 썰매를 타고 웃을 때도 우리를 찍고 계셨지요. 언제나 차고 넘치는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매일 토닥댔지만 우애 깊은 삼 남매가 정말 행복하고 웃음 넘치는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20여 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한 제게 아버지는 <윤미네 집>이란 사진집을 엮어 보내셨습니다. 그것은 낯선 미국 땅에서 생활하던 딸에게 보내시는 응원과 사랑이었습니다. 사진집을 받았을 때 부모님께 감사하며 많은 힘을 얻었지만, 사진을 찍으시고 또 사진집으로 엮으신 그 절절한 부모님의 마음까지는 깊이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진 속 어머니와 아버지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사랑 하나하나가 너무나 또렷이 느껴집니다. 사진에 등장하진 않지만 아버지는 항상 렌즈 너머에서 사랑의 시선으로 저희를 지켜보고 계셨고, 어머니는 매 순간 우리를 거두고 계셨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큰 기쁨이라고 말씀하셨던, 가족의 순간순간을 일기 쓰듯 기록하신 아버지와 한없는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어머니의 마음을 이젠 알 것 같아요. 그 사랑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