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선 51세. 전남중학교 교사
우리 학교에는 조율의 달인 조대웅 교무부장님이 있다. 한 학교의 교무부장이라 하면 모든 행정 문제를 책임지고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 선생님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면서, 학교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이다.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의견 충돌은 종종 일어난다. 아이들 지도뿐 아니라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요구 사항과 업무도 대단히 많은데, 50명 가까이 되는 선생님과 30개 학급의 학생들,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낸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될 때 부모님들이 관여하면서 어른들 싸움이 더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생님은 그런 험한 상황에서도 재빨리 ‘돌변’하여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분이었다. 부드러운 상담으로 부모들을 이해시키고, 학생들은 따로 불러서 차분하게 코칭하는 등 마음을 안정시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채 5분을 넘지 않았다.
2년 넘게 조선생님과 근무해오면서 ‘저 선생님은 어떻게 저렇게 마음을 잘 다스릴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고 하루는 선생님을 붙잡고 물었다.
그러자 조선생님은 3년 전부터 마음수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매년 쉴 틈 없이 교무·연구·학생 부장을 번갈아 맡아오면서 교과 수업에서는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추었지만, 승진에 매달리며 아이들과 점점 멀어지는 자신을 보며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건가’ 하는 회의감도 컸던 차 학교로 날아온 ‘교원자율연수’ 공문을 보고 마음수련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마음을 버리니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면서 여유가 생겼고,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아졌다고 했다.
그 후에도 시간이 갈수록 조선생님의 변화는 두드러졌다. 밝은 얼굴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분위기를 주도하는 명랑함까지. 그리고 그런 조선생님의 권유로 나 역시 지난겨울 마음수련 교원자율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마음을 빼는 방법을 배웠던 1주일. 칠팔십 대 할머니도 아이들도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법은 간단하고 쉬웠고 마음은 금세 편안해졌다.
25년간의 교편생활을 깊이 있게 돌아보았다. 아이들 입장에 서기보다 내 감정, 내 생각이 항상 우선이었다. 그동안 아이들의 안 좋은 수업 태도를 마음에 담고 있었으니 비슷한 모습만 봐도 오해가 생기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반성이 많이 되었다.
수련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이제까지 쌓아왔던 선입견에서 벗어나 완전 새로운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도하는 것이 편안해지니 아이들도 나를 편하게 대했고 반 전체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상승 작용이 일어났다. 이번 학기부터 매일 아침 20분간 마음 버리기를 한다. 공부거리도 많고 사춘기라 예민한 중학생 때에 마음을 빼기하는 방법을 알고 조금이나마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올해도 여전히, 하지만 이례적으로 조대웅 선생님은 3년째 교무부장을 맡으셨다. 언제나 Yes를 외치는 예스맨이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셨듯이 올해도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더 크고 겸손한 마음으로 배려심 가득한 학교로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