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하고 나하고’는 25년에 걸쳐 촬영한 것 중에서 동물 모자(母子)의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알려진 야생동물의 세계에도 나름 행복한 순간은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또래들과 재밌게 놀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그런 모습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동물 사진을 찍는 이유다.
동물에게 다가가는 건 마치 놀이 같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지만 동물들은 어느새 도망가 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비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동물 사진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계절이나 시간대를 바꿔가며 몇 번이고 발걸음을 옮기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의 일본원숭이는 15년, 미국 플로리다의 마나티(manatee)는 10년 이상 계속해서 촬영하고 있다.
동물들을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나가노현 지고쿠다니에서 일본원숭이와의 만남이었다. 커다란 나무에 기대서 원숭이를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등을 두드려 뒤돌아보니 커다란 원숭이 한 마리가 잠이 덜 깼는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 장소를 살짝 비켜나자, 원숭이는 내가 기댔던 나무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이 이런 행동도 하나?’ 싶어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해주는 ‘동물들의 행복한 순간’을 찍고 싶다.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나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