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식 냉이 나물 _ 보약보다 봄나물, 내 마음속 일품요리

경북 안동이 고향이신 어머니는 매년 봄이면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봄나물로 비빔밥을 해주셨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통틀어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지요. 안동식 나물 요리에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콩가루가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여러 나물을 한 냄비에 요리한다는 것입니다. 나물에 입힌 콩가루는 눈꽃처럼 붙어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해주고, 각각의 나물에서 나온 물이 어우러지면서 맛도 좋고 보기도 예쁜 한국적인 밥상이 만들어집니다.

“집에 늘 있는 거 있잖니. 콩나물, 무, 시래기랑, 냉이가 올라오면 캐놓고.
일단 넓은 냄비에 참기름, 콩나물을 넣고 달달 볶아서 한구석에 놓아.
거기다 무 채 썬 걸 넣고 달달 볶아서 또 한쪽에 놓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한번 우르르 끓으면서 무랑 콩나물이 익겠제? 냉이랑 시래기는 물기를 싹~ 뺀 후
날콩가루를 골고루 묻혀서 그 무랑 콩나물 옆으로 살짝 넣으면 콩가루가 나물에 삭 붙는데
이때는 뚜껑을 잘 닫아야 비린내가 안 난다.
간은 국간장으로만 해주고 나서 한소끔 끓인 후 먹으면 된다.”

 

봄나물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봄이라는 계절에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체들은 겨울이 되면 몸을 웅크리고 영양분을 저장했다가, 봄을 맞아 세상으로 뻗어나갑니다. 봄나물을 먹는다는 것은 바로 그 생동하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는 것이지요. 특히 봄나물 중에서도 냉이는 뿌리까지 통째로 먹는데요, 그 생김새에 걸맞게 몸 깊은 곳까지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또 간에도 좋아서 해독과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봄철의 건강은 일년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봄나물 한 접시면 온 가족 일년치 보약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나물을 삶은 국물은 함께 보관해두었다가 촉촉한 나물 비빔밥을 만들어보세요. 청국장을 끓여 함께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답니다.

한의사 서정복님은 현재 서울 강동구에 있는 동평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씨 따듯한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