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피부 계통의 명의로 알려진 박치영 한의사. 그가 환자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오랫동안 심한 피부병을 앓으며 생긴 환자들의 마음의 병까지도 함께 치료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보통 서양의학에서 아토피는 난치성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90% 이상 치료된다고 확신한다. 그 치료법의 근본 원리는 바로 ‘독소 빼기’. 박치영 한의사가 전하는, 행복한 삶을 위한 몸 마음 빼기 이야기.
피부 질환을 고치려면 먼저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해요. 살아온 환경은 어떤지, 작업 여건은 어떤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그래서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오랫동안 아토피 같은 피부병을 앓고 나면 마음까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고, 심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까지 앓기도 하죠.
특히 요즘에는 ‘국민병’이라고 할 만큼 아토피 환자가 많아졌는데,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는 말도 못하게 힘들어요. 통증보다 참기 힘든 게 가려움인데, 하루 종일 긁고 보채고 우는 데다 몸을 하도 긁어서 온몸에 피가 나는 걸 봐야 하니까요. 정말 하루 종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꼭 낫게 해드리고 싶어집니다.
“잘 오셨습니다. 피부병은 고칠 수 있는 병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같이 치료해봐요.”
이런저런 치료 방법들을 시도해보다 좌절하신 분들이 많기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피부병이 낫는 데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해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잡지요. 점점 염증이 사라지고 깨끗한 새살이 돋아나면서 환자들 얼굴에 웃음이 피어날 때 저도 너무 행복해져요.
사실 서양의학에서는 아토피는 난치성 질환이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의 경험상 90% 이상은 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치료 원리는 단순해요. ‘배독 요법’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빼기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으로 생긴 내부의 염증이나 독소들을 땀으로 빼내는 거예요. 그래서 한약 처방과 함께 목욕법, 운동법, 식이요법 등을 병행합니다.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절 운동을 권하기도 해요. 30분 정도 절을 하면 땀이 나면서 독소도 제거되고,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서 스트레스 관리도 되거든요.
피부는 내부 장기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아요. 동의보감에 ‘폐주피모(肺主皮毛)’라는 말이 있는데, 즉 폐가 피부와 털을 주관한다는 말입니다. 아토피를 예를 들면, 폐와 호흡기를 중심으로 한 전신의 불균형에서 온 이상(atophos)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탁한 기운이 배출될 수 있도록 폐 기능을 향상시켜 주고, 장기의 균형까지 잡아주는 방법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거지요.
그리고 마음의 빼기도 정말 중요합니다. 염증(炎症)이라고 할 때, 염은 불 화(火)자 두 개가 붙잖아요. 오늘날 아토피의 원인은 스트레스가 많아요. 화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가 당황하거나 열 받으면 얼굴이 붉어지잖아요. 긴장, 우울, 분노, 근심, 걱정 같은 마음의 스트레스들이 몸의 기혈을 막고, 혈액의 흐름을 정체시키니까, 피부에도 영향을 끼치는 거죠. 그래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피부도 칙칙해져요.
스트레스가 많은 분들에게는 마음 빼기를 함께 권해요. 피부 관리 노하우를 묻는 분들에게도 고가의 화장품이나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얘기합니다. 스트레스를 빼내고, 몸에 안 좋은 것을 덜 먹고, 등산 운동 반신욕 등을 통해서 독소를 빼내는 습관이 몸에 배면 피부 건강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빼기 치료’를 이해하게 되고, 한의사로서의 비전을 갖게 된 것은 마음수련을 통해서였습니다. 마음수련은 대학 본과 2학년 때 하게 되었는데, 마음수련의 원리는 정말 과학적이고 간단했어요. 내가 쌓아온 마음을 빼버리면, 원래의 마음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죠. 한의학에서는 사람을 소우주라고 하잖아요. 실제로 마음수련을 하다 보니까 내가 우주고, 사람이 우주더라고요. 그걸 알고 난 뒤로는 한의학이 너무나 잘 이해가 갔어요.
그러다가 운 좋게 공중보건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피부 질환 치료에 엄청난 노하우가 있는 한의사분을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그분의 스승님도 만나게 됐는데, 치료의 원리는 빼기였어요. 이미 마음수련을 하면서 빼기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에 딱 다가왔지요.
제대 후에 한의원을 개원해서, 본격적으로 환자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중증의 아토피 환자, 건선, 지루성피부염, 두드러기, 여드름…. 수없이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모든 피부병이 ‘빼기의 원리’로 나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지요. 그리고 실제 낫는 병인데도 ‘아토피는 불치병’이라고 인식하는 의사들이 많은 게 안타까워서, 책도 쓰고 무료 강의도 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제가 단순히 피부의 병만이 아니라 삶의 희망까지 줄 수 있는 의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에 한 환자분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셨어요.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연애 한번 못해본 아가씨였거든요. 온갖 좋다는 방법을 다 써 봐도 안 되니까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저희 한의원에 온 거였어요. 1년 정도 꾸준히 치료받으면서 나았는데, 그 아가씨의 소원이 연애였거든요. 그런데 결혼을 하신다니 정말 기쁘잖아요. 그래서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하게 돼요.
“원장님은 행복하십니까?” 언젠가 한 환자분이 진료 중에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예,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라는 대답이 저도 모르게 나오더군요. 그분이 보시기에 제가 늘 행복해 보여서, 언젠가 꼭 묻고 싶으셨대요.
사실 한의사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평수 없는 감옥에 산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하루 종일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봐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다행히도 학생 때부터 매일매일 마음을 빼면서 살다 보니까, 갈수록 세상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점점 편해져간 거 같아요. 지금도 늘 하루를 돌아보며 저에게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