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에 별처럼 빛나는 소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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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작. <자매> 캔버스에 유화. 116.8×91cm. 2009.

아이들의 소원은 어른의 마음을 흔들어 깨울 때가 많다. 갖고 싶은 물건 하나, 되고 싶은 꿈 하나에도 자기가 아닌 다른 이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이유가 있는 아이들의 소원들. ‘잃어버린 소원’ 후원 프로그램 기획자인 정은희씨는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은 신발이나 겨울옷, 책이나 학용품, 컴퓨터 같은 것을 갖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늘 넘쳐나서 귀한 줄 모르는 시대에, 아이들은 귀한 것이 무엇인 줄 안다. 아이들이 소원하는 그 이유 덕에 디지털카메라도, 운동화도, 축구공도, 컴퓨터도…. 소중해진다.

자료 제공 어린이재단 희망나눔센터  * 재단의 요청으로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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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는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그 이후로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살았다. 그런데 신희가 중학교 2학년 되던 해, 아빠는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신희는 세상 모든 것을 잃은 느낌이었다. 외롭거나 힘들 때면 아빠의 사진을 본다. 그러나 열심히 일만 하신 아빠는 사진도 별로 없었다.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두지 못한 것이 눈물 나도록 아쉽단다. 이제 단 한 명뿐인 할머니와의 행복했던 모습을 많이 담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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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이와 동생은 자신들을 돌봐주는 위탁모와 함께 산다. 희영이가 네 살 때, 아빠는 “일년만 아줌마 집에서 살고 있으면 돈 많이 벌어서 데리러 온다”고 했다. 그리고 7년이 되었다. 아빠는 2년이 넘어서면서 연락이 끊겨버렸다. 아빠와 다툼 끝에 집을 나간 엄마나 돈 벌러 서울 가신 아빠의 사진 한 장 없는 것이 마음 아픈 희영이. 지금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찍어 나중에 아빠를 만나면 보여드리고 싶단다. 희영이는 언제나 아빠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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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러운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 지호의 꿈이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운동을 좋아했던 지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중학교 1학년 때 레슬링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지호의 아버지는 버거병을 앓고 있고, 지호는 몇 해 전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 없는 자리를 채우며 묵묵히 집안일과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씩 이어지는 고된 훈련, 가끔 해진 운동복과 고무가 닳은 운동화가 친구들에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지호는 “제가 꼭 레슬링으로 성공해서 부모님과 동생들을 다 책임질 거예요.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곧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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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는 할머니, 동생들과 함께 산다. 제주도를 휩쓸고 간 태풍 ‘나리’는 웃음 많은 영아의 얼굴을 눈물로 얼룩지게 했다. 망가져버린 집과 가구, 영아가 가장 좋아하던 컴퓨터도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평소 영아를 사랑해주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카드 빚을 남기고 가출하자,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찾아 나서다가 교통사고를 내어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영아는 아버지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고 안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운 이후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는 편지를. 컴퓨터는 어머니를 대신해 숙제도 가르쳐주고, 아버지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게 해주는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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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작. <풀밭 위의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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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작. <피크닉> 캔버스에 유화. 60.6×50.3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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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철이 누나는 뇌성마비로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낸다. 때로는 엄마가 마치 아기처럼 음식을 떠먹여 주고 있는 누나를 보며 부러워할 때도 있다. 은철이 또한 선천성 심장병으로 인해 몸속에 인공심장박동기를 달고 있는데도 더 아픈 누나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양보할 수밖에 없어 때로는 서럽기도 했단다. 하지만 요즘 건강이 더 악화된 누나를 보면 덜컥 겁이 난다는 은철이에게 소원이 하나 생겼다. 숨 쉬기 힘든 누나에게 산소호흡기를 주는 것. 은철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산소호흡기, 산소호흡기’를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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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7년 전부터 루푸스병을 앓고 있다. 수희가 아주 어릴 때 엄마는 교통사고를 당해, 인공 치아까지 심는 큰 수술을 했는데 지금은 병 때문에 전부 빠져버리고 있다. 그래서 음식도 잘 드시지 못한다. 루푸스병은 빨리 낫는 병은 아니지만, 수희는 틀니가 생겨서 식사도 잘하시고, 약도 잘 드시면 엄마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친구들이 놀리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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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는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지금 상태에 만족하고 있노라며, 오히려 할머니를 위한 작은 소원 하나를 풀어놓았다. 할머니께서는 물을 무서워하신단다. 비좁은 선희네 집은 욕조를 들여놓을 공간이 없는데, 관절이 좋지 못한 할머니는 물을 틀었을 때 갑자기 나오는 찬물에 깜짝깜짝 놀라신단다. 선희는 할머니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편안하게 목욕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조그만 온수기라도 있으면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편안히 목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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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오늘도 낡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가스불을 켜기 위해 씨름하신다. 손잡이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정운이는 안쓰럽기만 하다. 할머니는 정운이를 비롯한 네 명의 손자들을 돌보고 계신다. 손자들이 점점 커갈수록 식성도 좋아지니 할머니의 식사 준비도 더 힘들어진다. 반찬 투정 안 하고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시는 할머니. 하지만 요즘 부쩍 고장이 잦은 가스레인지 때문에 매일 속 태우신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새 가스레인지를, 할 수만 있다면 전자레인지도 사드리고 싶다는 정운이. 하지만 지금 할머니를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슬프다고 한다.

2010년 7월호 테마기획의 작가는 김 은 기님입니다. 그동안 월간<마음수련>의 그림 작가로 함께해온 님은, 1995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 애니메이션 제작 등 폭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6월 14일까지 서울 빛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습니다.

 

2010. 7. July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