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여 년간 ‘인간’을 찍어왔다.
길 위에서 만난 ‘소년’은 벌써 노인이 되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뭔가 수줍은 듯하면서도
순수함이 넘친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에게
‘웃어 달라’ ‘이쪽을 봐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순간 포착한다.
연출하는 순간 진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950~1990년대에 부산의 자갈치시장,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에서 만난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은 이젠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사진, 글 최민식
막내 동생을 번쩍 안아 드는 큰오빠의 얼굴에 행복이 넘친다. 자전거 뒤에 예쁜 여동생을 태운 오빠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신문도 팔고 우산도 팔지만 삶의 고난보다는 삶의 희망이 피어난다. 우리에게는 더위를 피해 벌거숭이 아이들이 물장난을 쳐도 흉이 아니고, 순진한 아이들은 주인공에게 푹 빠진 나머지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TV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거리에서, 골목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인간’을 주제로 카메라에 담아온 이유는 사진이 사람과 사람을 잇게 해주는 가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이어주는 게 아니라 맺게 해준다. ‘인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저변에 깔린 따듯한 감정은 바로 ‘애정’이다. 나의 진짜 이야기는 인간의 사랑에 관한 것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사진의 힘에 대한 것이다.
한 장의 사진에는 마음을 일깨우는 힘이 있다.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돕는 가운데 의지하고 위로받는 존재들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어느 날엔가 진리에 눈을 떠 그들이 형제처럼 서로 배려하고 나누며 함께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모두가 어린이들의 환한 웃음처럼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사진 찍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