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 활동은 ‘색종이를 오려 모양 꾸미기’입니다. 형형색색 색종이를 교사용 책상에 펼쳐 놓고 은근히 아이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합니다. 당장 제 손에 없는 것은 언제나 샘나는 아홉 살 눈망울들이 초롱초롱 예쁩니다.
색종이 한 장을 집어 올려, 이리저리 마음 가는 대로 접습니다. 그리고 싹둑싹둑 오려냅니다. 그런 다음에 활짝 펼치니 정사각형 색종이가 멋진 문양으로 바뀌었습니다. 꼬마들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집니다.
이번에는 아이들 차례입니다. 아홉 살 인생들에게 당부합니다. 제발 덤비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하지만 말 떨어지기 무섭게 한 아이가 앞으로 나옵니다. 그 사이를 못 참고 뎅강뎅강 오려버린 색종이를 새것으로 바꾸어 달랍니다. 이럴 때는 본보기로써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지만, 미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옛다!’ 하고 인심을 씁니다.
잠시 뒤, 또 한 아이가 나옵니다. “이렇게 하면 맞나요?” “저렇게 하면 맞나요?” 연거푸 질문을 합니다. 하나하나 가르치고 수정해줍니다. “잎사귀 모양은 이렇게 자르면 되나요?” “저렇게 자르면 어떨까요?”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너무 소중한 색종이라서 선뜻 가위질 못 하는 참새가슴입니다. 급기야 손가락이 아프다며 가위질을 못 한다고 엄살을 피웁니다. 이러다가는 내가 다 해줄 판입니다. 그때 똘똘한 아이가 나서서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이 도와주면 감점되지요? 그렇죠? 선생님.”
아주 감사하고 적절한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테니 각자 스스로 노력하라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제일 처음에 나왔던 아이가 손을 내밉니다.
“선생님, 망쳤어요. 한 장만 더 주세요.” “안 돼! 넌 벌써 두 장 다 썼어!”
아이는 멈칫하며 손길을 거둡니다. 그리고 입을 삐쭉거리면서 교탁 위의 색종이와 나를 번갈아 봅니다.
슬프디슬픈 눈에서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공의 약조지만 색종이 한 장 때문에 아이를 울릴 수 없습니다. 필요한 색깔로 딱 한 장만 더 가져가라니까 얼른 초록색 색종이를 집습니다. 아이는 색종이 한 장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며 저 혼자 발레를 하듯 빙그르르 한 바퀴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