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사진, 글 김선규
신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 땅 곳곳에서, 아기 같은 손 내밀며 엄마 같은 봄 햇살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모든 약속 포기하더라도 이들과 그 기쁨 함께하기 위해 하루쯤은 비워두시길….
나무에 피는 연꽃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며 봄을 알리는 목련은 도시에서도 흔합니다. 혹자들은 피어 있을 때는 그리 화려하다가 너무 일찍 너무 처절하게 떨어지는 꽃잎이 가슴 아프다 말하지요. 하지만 사라질 때는 확실하게 사라지는 것이 바로 목련의 이치인 듯합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우면,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불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