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비우는 웰빙라이프의 지혜 (23)

그 옛날 자비심이 지극한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언젠가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겠다는 서원도 세웠습니다.

어느 날, 비둘기 한 마리가 매에 쫓겨 비명을 지르면서

그의 품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비둘기를 쫓던 매가 나뭇가지에 앉아 왕에게 말했습니다.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시오. 그건 내 저녁거리입니다.”

“이 비둘기는 돌려줄 수 없다. 나는 수행을 하여 부처가 되겠다는

서원을 세울 때 모든 중생을 다 보호하겠다고 맹세했다.”

“그 속에 나는 들지 않는단 말이오?

나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내 먹이마저 빼앗겠다는 겁니까?”

매의 말에 왕은 난처했습니다.

하지만 차마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일 수 없었던 왕은

선뜻 자신의 다리 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매는 비둘기와 똑같은 무게의 살덩이를 요구했습니다.

왕은 저울을 가져다가 베어낸 살덩이와 비둘기를 달아 보았습니다.

비둘기의 몸이 훨씬 무거웠습니다.

왕은 다른 쪽 다리의 살마저 베어 두 덩이를 합쳐 달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가벼웠습니다.

양쪽 발꿈치, 양쪽 엉덩이, 양쪽 가슴….

이상하게도 무게는 계속 부족했습니다.

마침내 온몸을 저울에 올려놓자 그제야 무게가 맞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매를 원망하거나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살을 베어내고 피를 흘려도 괴로워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깨달음을 구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내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리라.”

이와 같이 맹세하자 왕의 몸은 순식간에 본래대로 회복되었습니다.

불경의 주석서 <대지도론(大智度論)>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속의 왕은 곧 비둘기이기도 하고 매이기도 합니다. 부처가 되겠다 서원을 세운 왕은 몸을 내놓는 수행 과정을 겪지요. 결국 자신을, 욕심 덩어리들을 완전히 다 내놓자, 왕은 본래(부처)를 회복합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내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리라.” 진실이라 함은 남음이 없이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일 겁니다. 왕이 온몸을 올려놨을 때 그제야 비둘기의 무게와 맞았듯이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하늘도 감동하는 것이겠지요.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 너머로 내 모습을 비춰봅니다.

 

 

빼기가 대안이다

생각이 우리 행동에 미치는 영향 흥미로운 실험들 (2)

정리 편집부 출처 <마음의 시계>(엘렌 랭어 | 사이언스북스)

생각을 바꿈으로써 몸에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어는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생각보다 광대한 범위에서 ‘우리의 마음이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흔히 운동을 하려고 나서면, 실제로 몸을 움직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음에도 더 건강해진 느낌을 받는다. 바로 ‘운동이 이롭다’라는 생각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엘렌 랭어는 우리 몸에 불가피해 보이는 많은 질병들조차 의식을 집중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실험들은 우리의 삶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운동’ 청소원의 의식 변화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

많은 신체 활동을 해야 하는 직업이 있다. 가령 호텔 객실 청소원의 경우, 각 방의 청소를 완료하는 데 20~30분이 소요되며 밀기, 팔다리 뻗기, 굽히기, 들어 올리기와 같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들은 건강한 생활을 위하여 의사가 권하는 운동량을 충족하거나 초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본인들의 일을 운동으로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의 혈압, 체질량 지수, 체지방 비율 등 건강 지표는 지극히 열악하다. 필요한 양의 신체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운동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객실 청소원들의 생각을 바꾼다면? 그래서 실험해 보았다. 먼저 실험군의 참가자들에게는 운동의 이득을 설명하고 그들이 매일 하는 업무가, 어떻게 헬스클럽에서 하는 것처럼 훌륭한 운동이 되는지 설명해주었다. 반면 대조군 참가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4주 뒤, 그들을 다시 찾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군의 경우 건강이 현저하게 향상된 것이다. 본인들의 업무가 훌륭한 운동임을 알게 된 지 불과 4주 만에 이들은 평균 1킬로그램의 체중이 줄고 두드러진 체지방 비율 감소를 보였다. 일 이외에 추가로 하는 운동은 없다고 했다. 반면 대조군은 그렇지 못했고, 체중과 체지방 또한 더 늘어났다.

나이와 연관성이 적은 ‘유니폼’이 미치는 영향

사회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대개는 그들이 속해 있는 맥락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도서관에 있을 때 축구 경기장에 갔을 때와는 다르게 행동한다. 맥락이 사전 자극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을 의복으로 검토해보았다. 우리는 나이에 걸맞은지 생각하며 의복을 고른다. 예를 들어, 60세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으려 한다면, 대부분 입지 말라고 하나, 16세 소녀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유니폼은 일상적인 의복과 비교할 때 나이와 연관성이 적다. 따라서 직장에서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옷을 입는 사람들에 비해 나이에 관련된 신호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고, 그 때문에 더 건강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이러한 가설을 확인하기 위하여 1986년~1994년에 걸쳐 206개 직업의 질병 자료를 검토했다. 그 결과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질병이나 부상, 병원 진료로 인한 결근 일수가 적고, 더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곤하다’는 것도 학습된 것일 수 있다

심리학적인 현상일 수도 있는 피로의 정도를 생각해보자. 맥락상의 신호가 ‘틀림없이’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우리는 더욱 피곤함을 느낄 것이다.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각자 친구들에게 팔다리 벌려 높이뛰기를 100회 또는 200회 실시한 뒤 언제 피곤해졌는지를 말해 달라고 했다. 그 결과 두 집단 모두 운동을 3분의 2쯤 진행했을 때 피로를 느꼈다고 응답했다. 즉 첫 번째 집단은 65~70개 정도 한 뒤에, 두 번째 집단은 130~140개 정도 한 뒤에 피곤해졌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가 시작과 중간, 끝의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주어진 과제에 체계를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피로를 심리학적인 양상으로 관찰한 일상의 본보기는 수두룩하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에너지가 전부 바닥이 나 집에 가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을 생각해보자. 실제로 오후 3시에 커피와 함께 즐기는 휴식 시간은 이 같은 ‘3분의 2 효과’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육체적인 한계로 여기는 상당수가

 

빼기가 나를 바꾼다

공황장애를 넘어서다

 

공황장애는 참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병이다. 갑자기 어지럽고 모든 열이 머리 쪽으로 올라가 곧 쓰러져 죽을 것만 같은 상태에서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다.

그런 상태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축구장에서 함성 소리를 들을 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멈추거나 터널에 들어갔을 때 ‘이 차 안에 있으면 죽겠구나. 내려서 뛰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내 몸을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실제로는 전혀 쓰러지지도 죽지도 않는데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느끼게 된 건 십 년 전쯤이다. 너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셨던 터라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공황장애라는 병이 흔하지 않을 때라 감기 때문이다, 술 때문이다, 오진도 많았는데 계속 증세가 반복되자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공황장애로 판명이 났다.

그때부터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된다기보다는 발작 순간을 모면하고 가라앉히는 것에 불과했다. 4~5개월간 계속 약을 먹으니 졸리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어 회사 업무도 절반밖에 처리를 못 하고 사회생활도 어려웠다.

결국 2009년 가족의 권유로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다. 마음을 버리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가장으로서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가지고 있었고 그 압박을 이겨내려고 술을 많이도 마셨다. 그것이 공황장애를 키워주고 있었다.

특정 상황이 되면 나타나는 모든 감정과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였기에 살면서 쌓아왔던 모든 것을 계속해서 버렸다. 공황상태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힘들었던 경험, 불안 초조도 다 버렸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은 원래 없는 것임을 100퍼센트 확신하는 순간 어떤 인지치료보다도 쉽게 공황상태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을 버리면 버릴수록 증세가 나아져 약도 끊고 그렇게 좋아했던 술도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더불어 회계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항상 적대심을 갖고 대하거나 매사 간섭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것이 많이 없어지고 째려보는 것 같던 내 인상도, 까탈스럽고 예민했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제 혹여라도 공황상태 조짐이라도 보이는 듯하면 아예 미리 그런 스트레스와 마음들을 없애서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안에 묶여 있던 마음에서 벗어나 그 끔찍했던 공황장애를 넘어서게 된 것이 꿈만 같고 너무나 감사하다.

요즘 중년의 가장들에게 특히 공황장애가 많은 것 같다. 그 고통을 겪어봤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마음의 병임을 아는 한 사람으로서 기도한다.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이 하루빨리 그 원인을 알고 버려서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옥영수 53세. 회계사무실 운영. 부산시 남구 용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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