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고향도 묻지 마세요,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서울이란 낯선 곳에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세상의 인간사야 모두 다 모두 다 부질없는 것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그냥 쉬었다 가세요, 술이나 한잔 하면서
세상살이 온갖 시름 모두 다 잊으시구려
가수 방실이가 부른 ‘서울탱고’의 가사입니다.
불현듯 가사 한 줄 한 줄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더도 덜도 아니게 우리네 인생사가 잘 담겨진 것 같습니다.
노랫말처럼 세상사에서 벗어나 그냥 쉬면 좋겠습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인연도, 열등감도, 미움도….
온갖 시름 다 잊고 술이나 한잔 하면서 말입니다.
우리 모두 크게 웃고 크게 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빼기가 대안이다
“지금 내 마음… 그림으로 다 말해요”
그림으로 보는 마음수련 전후의 심리 변화
미술치료의 가장 큰 특징은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아이들도 그림에서 나타난 상징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깊이 있게 알 수 있고 심리 진단과 상담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리는 작업을 통해 창조적인 신체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지난겨울 제25기 마음수련 청소년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중 초등학생과 중학생 14명을 뽑아 수련 전과 후에 HTP 테스트를 통해 심리 상태를 진단해보았다. HTP 테스트는 집과 나무, 사람 그림으로 가족 관계에 대한 태도와 심리적인 집의 환경, 대인 관계 능력, 의지력, 적응 능력, 성격과 지능, 행동 양식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실험이다. 보통 미술치료는 4~5개월을 해야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는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는데 단 20여 일간 마음수련을 실시한 아이들에게서는 많게는 3가지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마음수련이 아이들의 심리 상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이를 꾸준히 할 경우에는 훨씬 큰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한다.
★ 김○○ 초4 여자
캠프 참가 전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커서 에너지 조절이 힘들어 보인다. 그림이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다.
캠프 참가 후
집(부모)에 대한 생각이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자신에 대한 개념을 긍정적으로 갖게 되고. 정서적 안정감이 엿보인다.
★ 문○○ 중1 남자
캠프 참가 전
집의 물리적 환경은 비교적 괜찮아 보이나 생각이 많고 답답해하는 내향적인 경향도 보인다. 부드러우면서도 대인 관계에 불안감이 있고 화분의 화초처럼 부모의 틀 속에서 통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캠프 참가 후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개방성이 보인다. 부모에 의존하는 마음도 적절해지고 친구 관계의 원만함도 보인다. 세상에 대해 자신감을 내보이며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빼기가 나를 바꾼다
틱 장애가 사라졌어요
학교에서 스쳐 지나갔던 아이들의 눈빛, 말투가 하루 종일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점점 소심해졌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외모에 더 신경을 썼다. 어디 살찐 거 같애? 어떤 옷이 더 어울려? 등등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오만 생각을 하면서 사니 위장이 콕콕 찌르는 듯이 아팠고 집에만 오면 잠이 쏟아졌다.
어느 날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 이렇게 손이 떨리지?’ 아빠는 마음에 안 좋은 일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맞는 말씀이었다. 그때 난 최고 스트레스 덩어리, 예민 덩어리였으니까.
그 후로 뭔가 신경 쓸 일이 있을 때 목으로 틱 증상이 오기 시작했다. 신호등을 기다릴 때, 버스에서 내리기 전 서 있을 때, 학교에서 급식 줄을 서 있을 때, 사람들이 나만 쳐다본다고 느껴지고, 안 그러려고 해도 목이 저절로 움직였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신경을 쓰니 더 떨렸다. 힘든 마음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엄마가 예전에 알려주셨던 마음수련을 스스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련을 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초등학교 때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친구들끼리 비밀 이야기를 했는데 눈치 없이 비밀을 안 지키고 발설을 해버린 뒤로 친한 친구들에게 소외당해야 했다. 그때의 기억은 아주 강렬했고 그 후로 대인기피증이 생긴 거였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일도 떠올랐다. 나를 괴롭힌 친구를 패주고 싶을 정도로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들도 다 버렸다.
버리다 보니 그게 가짜마음인 걸 알았다. 내게 틱이 있었던 것도 너무 예민하게 굴고 남 신경만 쓰면서 피곤하게 살아서 그렇구나, 그 마음만 버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 중에 틈틈이 수련을 하다가 방학 때는 청소년 캠프에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개학을 했을 때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먼저 여드름이 없어지고 얼굴도 하얘졌을 뿐 아니라, 틱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만 아는 변화 때문에 나 스스로도 계속 놀랐다. 밥 먹을 때마다 힘들었는데 어느새 위에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소화도 잘되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너무나 담담해진 것이다. 급식을 받을 때도 조금 낯설고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려고 하면 ‘이게 없는 건데’ 하면서 버리면 금세 괜찮아진다. 이제는 신호등도 버스 정류장도 피해 다니지 않는다. 본래의 마음에는 그런 불안함이 없기에, 불안해하는 나와 맞서 그 마음을 바로 버리고 당당하게 걸어간다.
요즘에는 학교 폭력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주변에 도움도 요청하고, 그 마음도 빨리 버려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인생이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
최주현 17세. 경기도 광명시 광명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