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이가와 최가라 불리는 이웃이 살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에 한동네에서 태어났으며 형편도 비슷했던 그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가 도와주며 친형제처럼 지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이가의 집으로 한 스님이 시주 공양을 받으러 옵니다.
이가는 없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쌀을 한 됫박 가득 쏟아주며,
최가네도 무탈하게 잘 살도록 해주십사 서원합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며 스님이 말합니다.
“당신들의 우애에 대해서는 들은 바 있소만, 직접 보니 참으로 갸륵하오.
내 여기 오기 전에 들린 최가도 똑같이 당신을 위해 서원하더이다.
당신들의 우애에 감동하여 내 선물을 하나 드리지요.
오늘 밤 자시에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하나 빌어보시오.
부처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실 것이오.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위하는 최가는 당신보다 딱 두 배를 갖게 될 것이오.”
스님은 홀연히 사라지고 이가는 고민에 빠집니다.
집 한 채를 달라 하면 최가에게는 두 채의 집이,
논 백 마지기를 달라 하면 최가에게는 이백 마지기가 생긴다니,
왠지 선뜻 소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최가가 나보다 잘살게 되면 나를 무시할지도 몰라.”
그렇게 되는 건 죽도록 싫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왜 최가에게는 두 배를 준단 말인가,
고민하고 상상하고 분노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그가 결국 보름달을 향해 빈 소원은 이것이었습니다.
“차라리 내 손가락 하나를 잘라주십시오.”
헉! 소원을 내뱉는 동시에, 이가는 화들짝 놀라며 꿈에서 깨어납니다.
꿈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끼고 위하는 척했던 그 위선이 꿈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분노와 시기와 질투, 그 욕심이 세상에는 없는 꿈이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혹여 지금 내게 이런 류의 감정들이 있다면
이는 모두 없애야 할 허상입니다.
허상은 가짜이기에, 꿈이기에, 없는 것이기에, 생명이 없기에,
버리면 버려지고 없애면 없어질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허상의 마음 다 없애고 나면, 우리의 실상이 드러나지요.
본래 하나인 우리의 참모습.
참으로 사랑하고 영원히 변치 않는 우리의 본모습 말입니다.
빼기가 대안이다
‘내 마음 안에 이런 것들이 있었다니!’ 나쁜 마음 싹싹 비웠어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마음수련 이야기 (1)
교육대학 시절, ‘교육이란 인간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고, 보다 바람직하게 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바로 내가 그 일을 해낸다는 설렘에 가슴 벅찼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교직 생활 10년이 넘도록 ‘아이들에게 남과 비교되지 않는 자신감을 갖게 할 수는 없을까?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지행일치를 어떻게 이끌어낼까? 교사가 억지로 끌지 않아도 스스로 하려는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은 늘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거리였다.
이에 3년 전부터 아이들의 근본적인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마음 버리기’ 활동을 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등 학급 운영 전반에 접목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지금까지 다짐하고 반성하고 후회를 되풀이하는 삶에서 벗어났으며 마음과 몸에 배어 있는 생각이나 습관을 하나하나 버림으로써 한 걸음 한 걸음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갖게 되었다.
우선 마음수련을 학급활동에 접목시키며, ‘부정’의 마음을 버려 ‘긍정’의 마음을 갖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부, 친구에 대한 생각’ ‘두려움, 공포, 무서움에 대한 생각’ ‘스트레스, 부모님, 선생님에 대한 생각’ 등을 버리도록 안내하고 마음 버리기 전과 후의 소감을 ‘싹싹 비워요’ 공책에 적게 하여 아이를 이해하고 상담하는 통로로 활용하였다. 아이들의 수련 내용을 적극 수용하고 상담하여 자신의 마음을 거짓으로 숨기거나 꾸미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싹싹 비워요’ 공책 엿보기
▶ 오늘 아침에 친구에 관한 사진(기억)들을 꺼내어 버렸다. 친구에 관한 욕설, 싸움, 짜증, 화 등등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상쾌하고 편안하였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또 기회가 오면 내 마음속에 있는 쓰레기들을 되도록 다 버리도록 노력하겠다. _주○○
▶ 내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두려움들이 있는지 몰랐다. 항상 이런 것들만 보면 ‘싫어, 무서워, 안 돼!’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도 꺼내어 써보고 마음수련을 하는 동안 더 생각나는 것을 버렸기 때문에 이제 괜찮다. _김○○
▶ 나는 맨날 성폭력 등을 당할까 봐 많이 걱정을 했었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누가 올지 몰라서 무서웠다. 그리고 병원, 약, 유괴, 영화 등 때문에 겁을 먹었었다. 그런데 이제 마음수련을 해서 맨날 걱정도 하지 않고 집에 혼자 있어도 겁을 먹지 않는다. _박○○
우리 아이가 마음을 비우니…
▶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의 마음이 ‘엄마의 생각보다 더 힘들었던 때도 있었구나’ 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 생각, 동생들 생각, 속 깊은 아이지만 이해를 못해 주었던 부분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더군요. 스트레스 많았던 부분을 참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힘들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안쓰러우면서 대견스럽고 예쁩니다. 마음수련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알 수 있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고, 아이 스스로도 마음수련으로 인하여 감정 조절이 될 수 있으면서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_이○○의 어머니
▶ 우리 아이의 불만이 부모한테서의 욕구 충족이 안 된 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 맞벌이 가정에 학교 다니는 엄마까지, 어른들부터 부정적인 것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마음수련’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네요. 좋은 길잡이인 것 같습니다. _박○○의 어머니
긍정적 자신감 회복, 마음이 편해져요
6개월 후 33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음수련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87%’ ‘마음수련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78%’
‘마음수련이 친구를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데 좋은 영향을 준다 81%’ ‘마음수련이 자신감을 갖게 한다 82%’ 등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인 자아관을 확립하여 자신감을 회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빼기가 나를 바꾼다
생리통도 마음의 병,
마음 비우자 사라졌어요
몇 년 전부터 부모님의 이혼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쳤다. 그러면서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다. 기분은 우울하고 불면증은 기본에다 신경성 위장염 등 말 그대로 내 몸은 ‘종합병원’이었다. 특히 생리통이 심했는데, 생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해 며칠 후에는 제대로 걷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30일 중 열흘 이상 아프다는 것은 한 달 내내 나를 지치게 했다.
한약도 지어 먹고 몸에 좋다는 약초도 달여 마시는 등 여러 처방을 해보아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나마 진통제로 버텼지만 계속해서 먹으니 위장만 더 나빠졌다.
기본 체력도 안 좋은데 열흘씩 생리통으로 고생을 하니, 나중에는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몸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감도 떨어졌다. 어머니도 생리통이 심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 내력이니 어쩔 수 없이 평생 감당해야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던 재작년 겨울,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일년 만에 훨씬 밝아진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동안 마음수련을 하면서 내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힘든 삶이 네 것이 아니다”는 친구의 위로가 마음에 와 닿았고 나는 곧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어른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어렴풋한 기억들, 남동생이 태어난 후로는 빼앗겼다 생각한 엄마의 사랑, 그래서 엄마를 원망하고, 남녀 차별에 대해 억울해했던 일들, 집안의 장녀라는 부담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
그 모든 마음을 버렸다. 엄마도, 동생도, 엄마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많이 버렸다. 1주일이 지나면서 마음이 버려졌다는 것이 와 닿았다. 그렇게도 힘들었던 감정들이 다 없어지다니! 이런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
한 달쯤 지나서부터는 몸에 매인 마음들도 버리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 생리통이 많이 줄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이 모든 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련 과정을 마친 지금은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 생활에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생리통도 사라지고 우울증, 불면증도 완전히 나았다. 그러면서 ‘나는 몸이 안 좋다는 마음’까지도 사라졌다. 아픈 몸 때문에 뒤처지는 것이 서럽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웠는데 ‘이제 나의 앞날에 내 몸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설마 그게 버려질까? 하면서 계속 마음의 병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마음들은 모두 가짜이기에 버리기만 하면 마음도 몸도,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글 서혜은 31세. 직장인. 전북 군산시 미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