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송이 꽃을 피우겠어요

백합의 말

지금은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 되살아난
목숨의 향기

캄캄한 가슴속엔
당신이 떨어뜨린
별 하나가 숨어 살아요

당신의 부재조차
절망이 될 수 없는
나의 믿음을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천사의 나팔 소리

나는 오늘도
부활하는 꽃이에요

이해인

사진, 글 김선규

백합은 알뿌리 백 개가 겹으로 쌓여 있다 하여 백합이라 불리며, ‘순결, 신성, 희생’을 상징한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성서에도 많이 나온다는군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될 때 흘린 눈물이 땅 위에 떨어져 백합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곱게 피어난 백합들의 모습이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백만 송이 꽃을 피워 그 은혜 보답하겠노라는, 하늘을 향한 고백인 듯도 보입니다.

2008년 6월.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리에서

사진가 김선규님은 1962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7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하여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초대 사진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문화일보 사진부 부장으로 재직중입니다. 보도사진전 금상, 한국언론대상, 한국 기자상 등을 수상했으며, 생명의 숲 운영위원과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고향산책> <까만 산의 꿈>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편지93통> <희망편지>등이 있으며 <6시내고향>(KBS-1TV)에서 ‘강산별곡’을 진행했습니다. http://www.ufo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