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처음 큐슈(九州) 지역에서 반딧불이가 춤추는 광경을 보았을 때 정말 놀랍고 기뻤다. 작은 숲속에서 반딧불이 하나가 빛을 내기 시작하자, 어느덧 일제히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마치 빛의 물결과도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후대에 남겨주고 싶어 매년 여름 반딧불이 촬영을 시작했고,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진, 글 오하라 레이(Ohara Rei) 번역 오쿠토미 코우지
해가 지고 30분 후면 최초의 반딧불이가 빛난다. 매일 반딧불이를 보고 있는 나조차도 두근두근 설레는 시간대이다. 작은 점이 콕 빛을 발하면, 빛은 점점 2개, 3개씩 늘어나고 반딧불이는 서서히 날기 시작한다. 그러다 일몰 후 한 시간이 지나면 모든 반딧불이들이 춤을 춘다. 눈 깜박할 새에 늘어난 빛들의 춤은 가히 환상적이다. 마치 한여름 밤에 쏟아지는 별빛 같다. 밤의 아름다움을 반딧불이를 통해 배운다.
반딧불이는 민가가 몇 채 있는 하류에선 쉽게 발견되지만, 민가가 아예 없는 상류에서는 잘 볼 수가 없다. 사람이 내보내는 생활하수의 양분이,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가 되는 다슬기의 생육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딧불이는 인간과 공생하는 벌레로 일컬어진다.
그래서 산속보다 마을 가까운 곳에 서식하지만, 최근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공조명과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 그리고 농약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반딧불이 난무하기 시작할 때 연달아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온다는 점이다. 차의 헤드라이트는 너무 밝고, 눈부시다. 그런 빛들이 잇달아 비춰지면 반딧불이들은 춤추는 것을 그만두고 어두운 숲으로 돌아가곤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달보다도 밝은 빛을 그들에게 비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리의 밤이 밝아지면서 사라져간 아름다운 풍광을, 지금 남아 있는 반딧불이의 서식지에서나마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어떻게 반딧불이와 함께 살아갈지를. 반딧불이라는 작은 벌레가 가르쳐주는 건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이다. 반딧불이를 단지 빛이 나는 벌레로만 볼 게 아니라, 왜 예쁘게 빛나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가는 길, 그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딧불이야, 그렇게 계속 빛나거라, 그렇게 마음껏 춤추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