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 멀다 하고 개업과 폐업, 리모델링을 하느라 엄청난 양의 가구와 폐목재들이 버려지고 있는 홍대 앞 거리. 이렇게 버려진 재료들을 이용해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 바로 사회적기업 ‘문화로(路)놀이짱(場)’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근처 허허벌판에 자리한 문화로놀이짱 공방은 폐목재와 가구들로 꽉 차 있다. 마포구, 양천구 등지에서 수거된 목재들은 이곳에서 잠시 해체돼 있다가 놀이짱 멤버들의 상상력을 통해 재활용 가구로 재탄생한다. 나의 생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가구. 그래서 재활용 가구라고 했을 때 선뜻 사기가 망설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로놀이짱의 가구를 주문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뭐든 다 받아주는 ‘할머니 품’처럼 따듯한 느낌의 가구라는 것! 이것이 바로 놀이짱 가구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초창기에는 개인 가구 위주로 주문이 들어오다가 근래에는 서울시청, 지역아동센터, 마포아트센터 등 공공기관의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작업이 늘었다고 한다. 2011년부터는 ‘명랑에너지발전소’라는 이름의 마을공방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누구나 공구를 빌려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 목공 워크숍을 통해 즐거운 일상을 가꿔나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Do It Ourselves!
손이 기쁜 재활용 목공 워크숍 초보자 환영!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스탠드, 티테이블 등 작은 생활 가구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숍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자세한 일정은 문화로놀이짱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해결사들의 수리병원
2010년 어딘가 부서졌지만 버리긴 아까운 추억의 가구들을 고쳐주는 수리병원을 만들었고, 2012년에는 가구는 물론 자전거, 칼, 시계, 구두 등 집안의 작은 물건들까지 보살피는 종합병원(^^)도 열었다. 올해 여름과 가을에도 종합병원은 계속될 예정이니 집안의 아픈 가구들을 데리고 나가보자.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 참조.
문화로놀이짱 안연정 대표 이야기 2004년 홍대 근처에서 문화 예술 기획을 하면서 예술가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공 작업장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름도 길 ‘로(路)’ 자와 마당 ‘장(場)’ 자를 써서 문화로(路)놀이짱(場)으로 지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가구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것이 저에겐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무언가에 몰입하는 기쁨, 성취감도 있었고, 만드는 과정에서 가구가 움직이고 서는 이치를 깨달아가는 재미도 있었죠.
목공 작업을 하며 흠집 나고 버려진 가구들이 인간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나무에 더 애정이 가더라고요. 나무를 다듬고 만지다 보면 꼭 땅에 뿌리를 박고 있지 않아도 수축하고 팽창하면서 움직이는 게 보여요. 그걸 보면서 주변의 사물 모든 것에 다 생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먹을거리들과 개인의 삶에 대한 생각이 전반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 마을 공동 작업장 ‘명랑에너지발전소’를 만들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손을 쓰는’ 기쁨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종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어요. 무언가에 온 마음과 시간을 쏟으면서 생활에 필요한 중간 기술을 터득해나가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팍팍한 일상에서도 조금 천천히 갈 수 있는 낭만, 무슨 일이든 정성을 쏟고 싶은 명랑한 에너지가 생겨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