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해독 작용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기침이 날 때 생무 끓인 물을 마시고, 돼지고기나 치킨을 먹을 때 옆에 꼭 두고 먹기도 하지요. 생무는 말리면 매운맛이 날아가고 색이 노릇노릇해지면서 소화기에 더욱 좋은데요, 그걸 반찬으로 만든 것이 바로 무말랭이지요. 시골집, 지붕 소쿠리에 담긴 채 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말리고 있던 무말랭이가 먹고 싶었습니다.
“할머니, 무말랭이 어떻게 만들어요?” “무를 잘 썰어가지고 말려야 되는데 11월 넘어서 나오는 무가 맛이 제대로여. 그 무를 그늘에 말리면 잘 마르지가 않아서 햇볕에 말리는데 또 그것이 바짝 말리면 맛이 없어. 약간 습기가 남아 있는 상태까지 한 달 넘게 말려야 돼. 말려진 거를 갖다가 우짜냐 하면 먼지가 있으니까 물에 살짝 헹궈서 꾹~ 짠 뒤에 조청 새우젓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마늘 파 깨도 넣고…. 할미가 해서 보내주마, 남자는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여.”
무를 말릴 때는 그늘에서 바람으로 말리는 것(음건)이 가장 좋은데 도심에서 한 달씩이나 말려두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보통 건조기에서 말린 무를 물에 불려 사용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무 고유의 맛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한 달간 꼬들해지려고 하는 그 순간까지 잘 말려서 무 자체의 수분을 남기는 것이 맛있는 무말랭이의 비결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기간 동안 햇볕 바람 습도 계절의 모든 기운이 스며들고 거기에 할머니의 정성까지 더해지니, 자연의 맛이 그대로 담긴 건강 반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