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

 

무는 해독 작용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기침이 날 때 생무 끓인 물을 마시고, 돼지고기나 치킨을 먹을 때 옆에 꼭 두고 먹기도 하지요. 생무는 말리면 매운맛이 날아가고 색이 노릇노릇해지면서 소화기에 더욱 좋은데요, 그걸 반찬으로 만든 것이 바로 무말랭이지요. 시골집, 지붕 소쿠리에 담긴 채 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말리고 있던 무말랭이가 먹고 싶었습니다.

“할머니, 무말랭이 어떻게 만들어요?” “무를 잘 썰어가지고 말려야 되는데 11월 넘어서 나오는 무가 맛이 제대로여. 그 무를 그늘에 말리면 잘 마르지가 않아서 햇볕에 말리는데 또 그것이 바짝 말리면 맛이 없어. 약간 습기가 남아 있는 상태까지 한 달 넘게 말려야 돼. 말려진 거를 갖다가 우짜냐 하면 먼지가 있으니까 물에 살짝 헹궈서 꾹~ 짠 뒤에 조청 새우젓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마늘 파 깨도 넣고…. 할미가 해서 보내주마, 남자는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여.”

무를 말릴 때는 그늘에서 바람으로 말리는 것(음건)이 가장 좋은데 도심에서 한 달씩이나 말려두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보통 건조기에서 말린 무를 물에 불려 사용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무 고유의 맛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한 달간 꼬들해지려고 하는 그 순간까지 잘 말려서 무 자체의 수분을 남기는 것이 맛있는 무말랭이의 비결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기간 동안 햇볕 바람 습도 계절의 모든 기운이 스며들고 거기에 할머니의 정성까지 더해지니, 자연의 맛이 그대로 담긴 건강 반찬입니다.

고춧잎을 살짝 말려 함께 무치면 더 맛있답니다.

한의사 서정복님은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의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강동구에 있는 동평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씨 따듯한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