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은 태산 같은데 몸이 꼼짝하지 않을 때, 아픈 것도 피곤한 것도 아닌데 만사가 귀찮을 때, 흔히 ‘귀차니즘’이라고 불리는 이 상황은 현대인들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겪는 문제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526명을 대상으로 직장 생활 무기력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0.3%가 업무 의욕을 잃거나 회의감을 느끼는 등의 무기력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부지런해 보여도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일은 피하고 심리적으로 편안한 일에 엉뚱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래서 무기력은 ‘은밀히 인생의 발목을 잡는 방해자’이자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삶 전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독소와 같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무의식은 학습된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려는데 외부의 힘으로 인해 좌절됐을 때 그 경험이 무의식에 기억(학습)되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는 그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무기력증 해소를 위해서는 근무 환경이나 업무 변화도 필요하지만 지금껏 쌓아둔 마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과거의 오래된 습관, 즉 자기를 부정하고 단절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1등 주자였다는 기억, 잘나갔다는 기억,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다는 사실도 잊고 처음 달리는 사람처럼 새로운 마음, 새로운 방식으로 실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것이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자연과 함께 자란 아이는 무기력증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한 기관이 미국 대통령들의 출생 배경을 조사한 결과, 거의 대다수가 시골 출신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아이는 대자연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과 생명의 끈질김을 배운다. 또 씨를 뿌리면 반드시 거둔다는 자연의 법칙과 변함없이 반복되는 사계절의 순환을 보면서 고난을 참아내는 인내심을 기른다. 한편 도시 빈민층에서는 대통령이 나온 경우가 없었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도시의 화려함과 피폐함, 빈부의 격차와 같은 양면성을 보고 일찌감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를 받아들여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못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라
무기력은 의외로 바쁜 사람, 완벽주의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 일을 나보다 더 잘해낼 사람은 없어’ ‘빨리 이 일을 해치우자’ 등 모든 일을 다 떠안고 가려다 보면 체력적, 시간적으로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의욕적인 사람도 한번 무기력에 빠지면 성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된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못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포기하는 사람이 무능력하고 비겁하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오히려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알고 내려놓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라
지금 당신 앞에 놓인 일을 두고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까지 뚜렷한 목표 없이 불평하며 해온 일은 접어두자. 그리고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찾아보자. 삶을 지탱해 나갈 확고한 의미가 있으면 허둥대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불평도 없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쓰레기를 버리듯 제거하자. 자기에 대한 애정과 자존감, 의욕이 생겨날 것이다.
일단 ‘그냥 시작하라’
하던 일은 계속 하려고 하고, 한번 멈춰버리면 쭉 멈추는 물리학의 ‘작용-반작용 법칙’은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하기 싫은 일도 일단 시작해보자. 그러면 뇌가 자극을 받아 그 일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세차를 해야 하는데 도구가 없어서, 귀찮아서 자꾸 미루고 있다면 일단 차에 물 한 양동이를 퍼부어보자. 마치 세차 기계가 된 듯 열심히 닦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차는 반짝반짝 깨끗해져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뇌에 자극을 주는 방법은 일단 시작을 하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