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음 수 련 그 끝 자 리 에 이 르 다 심 윤 정 씨
인터뷰 김혜진 사진 홍성훈
사람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마음을 닦는다. 그러한 시간들이 지극하게 흐르면 실제 건강해지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마음을 닦는다는 의미가 오직 거기까지일까. 마음수련에서는 ‘마음수련은 인간마음을 우주마음으로 바꾸는 것’이라 한다. 즉, 인간으로 살면서 쌓아온 온갖 마음을 버리고 순수우주의 의식, 영원불변의 진리인 우주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지만 오직 마음을 닦고 버리는 것에만 매진해오는 사이, 참으로 자신에게서 벗어나 세상과 하나 되어 살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날들을 지나온 걸까. 현재 마음수련 교육원에서 4과정 수련 안내를 도와주고 있는 심윤정(44)씨를 만나보았다.
심윤정씨는 1969년 경남 울산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엄격한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평소 자유로운 삶을 동경해왔다. 부모님은 그녀가 어떤 옷을 입고, 화장을 어떻게 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런 삶이 답답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학업에 정진하는 남편을 보고, 저 사람과 같이 살면 자유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했고, 그녀는 한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한국 돈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책을 통째로 다 외울 정도로 하루 19시간 이상 악바리처럼 공부한 덕분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장학금도 받았다. 아이를 낳고도 친정에 아이를 맡긴 채 공부에만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갔다.
6년간의 중국 유학 생활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시댁에서 지냈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여전히 소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갑자기 그녀와 아이를 남긴 채 외국으로 떠나 버렸다. 그녀는 자신을 힘들게 한 남편이 밉고 원망스러워 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냈고, 불면증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다. 가족이 반대한 결혼을 했기에 내색조차 할 수 없었던 시간들…. 답답한 마음에 1년 반 동안 늦은 밤이면 산에 올랐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생겼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러던 1997년 그녀는 마음수련을 하게 된다.
처음 마음수련을 할 때의 심정이 어떠셨나요?
너무나 당당했죠. 나는 늘 착하고 바르게 살았다, 세상이 이상해서, 잘못된 인연을 만나 내 인생이 꼬였지만 이 마음만 추스르고 나면 다시 사회에 나가 보란 듯이 잘 먹고 잘살아야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아, 그런데 마음수련엔 정확한 방법이 있었어요. 그 방법대로 하다 보니 나 자신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보이더군요. 차츰차츰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나 우주 입장에서 보게 되니, 그렇게 교만하고 위선적일 수가 없었습니다. 남이 잘되면 시기, 질투하고, 착한 척 바른 척하면서 살았던 게 나였더라고요. 엄마를 십 년 정도 병수발했었어요. 엄마 앞에서 잘하는 척하고, 돌아서면 왜 나를 힘들게 하나 원망했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 그때 진짜 많이 울었어요. 어쩜 이렇게 자기밖에 모를까…. 너무나 부끄러워서 한 달간 밥을 못 먹었어요. 밖에 나갈 수가 없더라고요. 하늘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런 인간마음들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마음을 버리는 과정이 참으로 진실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 볼수록 그 ‘나’란 존재를 반드시 버리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더 커지더군요. 늘 우주 입장에서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마치 몰래카메라가 붙어 있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보면서 버려나갔죠. 그렇게 버리고 버려도, 언제나 저 밑바닥에서 먼지 티끌처럼 올라오는 마음들은 있어요. 가령 분명히 누군가가 계속 간섭하고 괴롭히면, 내 맘 한구석에서 “네가 그렇게 잘났어?” 따지고 들거든요. 하지만 결국 그런 모든 마음도 다 ‘내가 잘났다’는 교만함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100% 인정했을 때 나를 다 버릴 수가 있더라고요.
‘나를 버린다’는 말이 참으로 막연합니다.
몇 년 전에 저의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남는 걸 보면서 죽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없는 거네, 나도 이렇게 살다가 가는구나,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으면 이렇게 없어지는 것인데, 그걸 위해서 평생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를 버린다’는 건 그 허무한 세상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진짜 참의 세상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산다는 말입니다. 간단히 말해 인간마음을 우주마음으로 바꾸는 거라고 하지요. 나한테 묶인 마음이 아니라 우주마음에서 보면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참으로 버려야 할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수련을 하신 후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수련을 안내해 오셨지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내가 살면서 가져왔던 수많은 마음들, 돈에 집착하고, 사랑에 목매고, 체면을 중시하고, 명예를 좇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잘난 척하고, 가족을 원망하고…. 그 수많은 마음들을 하나씩 버려가면서 느꼈던 그 희열과 통쾌함, 나로부터 벗어날 때만 느낄 수 있는 참자유. 내가 그동안 직접 겪고 체험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잘 안 버려지면 이렇게 버려보세요, 조금만 더 버려보세요…, 하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저였지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수련을 안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몇 배로 처절하게 저 자신부터 봐야 했거든요. 내가 없어야 상대와 하나가 되고, 진심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안내를 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기도했습니다. 부디 ‘나’ 없이, 진정 우주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해달라고. 그러면서 점점 저 사람이 자기를 다 버리고 진리만 될 수 있다면, 저 사람을 위해 내가 모든 걸 바칠 수 있겠다, 진심으로 그런 마음이 되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굳이 마음수련을 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잠깐 동안 그런 행복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있는 한 상황이 바뀌고 조건이 바뀌면 그새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게 우리 인간입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왔다 갔다 항상 변합니다. 그런 모든 것들에서 다 떠나서 살 수 있는 게 바로 마음수련이에요. 옛날에는 수명을 다해 죽는 것이 죽는 건 줄 알았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 살지 못하고 내 마음세계 안에 갇혀 있었던 것 자체가 생명이 없는 죽음 같은 삶인 것입니다. 그런 나는 버리고 우주마음으로 다시 태어나 재밌게 신나게 살자는 게 마음수련이니, 뭐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 한번 해볼 만하시지 않을까요.(웃음)
본인은 마음수련 끝자리인, 살아 있는 영혼으로 살고 계시는지요?
네, 감사하게도요. 십여 년을 그렇게 매일매일 신나게 내 마음을 버리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한 치의 남음도 없이 나란 존재가 사라지더라고요. 왜 ‘대자유’ ‘대해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딱 이런 거구나, 일체의 마음이 버려진 순간 스스로 알 수 있는데, 아,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 되네요.(웃음) 중요한 건 우리 인간은 그렇게 됐을 때 비로소 허상에서 벗어나 참 영혼을 지닌 참생명으로서 진짜 삶을 살게 된다는 거예요. 참으로 기쁜 것은, 그것이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도, 일체의 마음만 버리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전에만 나오는 말인 줄 알았던 인간 완성이 정말 이루어지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녀는 지금도 마음수련 교육원에서 4과정 수련을 안내하고 있으며, 대학생캠프 지도 교수로서 상담과 강의 등에 여념이 없다. 매 순간 어떤 한 사람이 마음을 버렸음을 확인할 때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심윤정씨는 부족한 자신이 마음수련을 안내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수련을 해서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면 참영혼으로서 영원히 살아 있음이 너무나 확연해집니다. 인간의 마음세계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생명 자체, 이 자체가 ‘나’고 통째로 ‘하나’란 걸 알게 되지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지나온 삶과 인연들, 저를 만났던 모든 수련생들, 그리고 마음수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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