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작업 끝에 자랑스러운 한국 만화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신비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흔하디흔한 동물, 암탉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예상을 뒤엎고 개봉 6주 만에 2백만 관객을 넘기며 영화계를 놀라게 했지요.
아이유가 부른 O.S.T나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떠나서라도 백만 부 이상 팔리고
교과서에도 실린 탄탄한 원작 스토리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어두침침한 양계장에서 평생 알만 낳으며 살 운명에 처한 암탉 ‘잎싹’은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이름도 지어주는 따듯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함께 등장하는 ‘나그네’, ‘달수’, ‘초록’도 모두 잎싹이가 붙여준 이름이지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푸른 하늘 아래서 병아리를 기를 수 있는 마당의 삶을 동경하던 양계장 속 잎싹이 우여곡절 끝에 마당으로 나오고, 더 나아가 야생의 생활을 하다가 뜻밖에 청둥오리의 엄마로 살아가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아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을 도와준 청둥오리 부부가 족제비 ‘애꾸눈’의 공격을 받아 죽음을 맞자 홀로 남겨진 오리 알을 품어주게 되는 잎싹. 이때부터 엄마 닭 ‘잎싹’과 아기 오리 ‘초록’의 고군분투 ‘다문화 가족’의 삶이 시작되지요. 날지도, 헤엄치지도 못하는 잎싹은 ‘닭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닭 스타일에 맞는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청둥오리 초록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늪으로 갑니다. 그리고 위험천만한 늪의 생활과 늪지 동물들의 따돌림을 씩씩하게 이겨내면서 아들 초록이가 잘 자라기만을 바랍니다. 초록 역시 헤엄치고 날갯짓하는 오리들의 생존의 법칙을 서서히 터득해 가면서 엄마와 자신이 전혀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라고 하지 마, 엄마랑 난 달라!” 어느덧 초록에게 암탉 엄마는 귀찮고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잎싹은 말합니다. “다른 게 어때서?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잎싹에게 ‘다름’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리 알을 품었던 그 순간부터, 자신과 다른 종(種)의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던 잎싹에게는 오직 생명을 키워내고자 하는 사랑과 헌신만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가출을 감행했다가 양계장 주인에게 붙잡힌 초록은 목숨을 건 잎싹의 구출 작전으로 풀려나게 되고, 비로소 엄마의 한결같은 사랑과 희생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철들자 헤어진다 했던가요. 초록이는 자신 역시 다른 청둥오리들처럼 철새의 본성에 따르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잎싹 역시 초록이 자유를 찾아서, 자신의 본성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며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잎싹은 담담히 족제비 ‘애꾸눈’에게 향합니다. 초록의 부모를 죽인 원수, 잔인했던 천적 족제비 애꾸눈.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하게 된 잎싹은 자신의 명이 다했음을 알고, 스스로 족제비를 찾아가 말합니다. “나를 먹어. 네 새끼들이 굶지 않게….”
순간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눈물을 쏟고 맙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던 한 사람, 바로 ‘엄마’ 생각이 나서이겠지요.
살다 보면 종종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꿈, 자신의 스타일,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힘든 것인지. 하지만 엄마들은 너끈히 해냅니다.
지금 내가 엄마의 품을 박차고 나와 내 인생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엄마의 그 희생 덕분이었습니다. 주변의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 또한 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엄마는 위대합니다.
글 문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