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담 시간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음악실로 가고, 나는 교실에서 일기장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1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계단 난간을 잡고 엉엉 울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 3층까지 올라와 통곡을 할까. 아이한테 다가가서 왜 우느냐 물었다.
“우리 선생님이… 엉엉… 막… 화내고… 엉엉… 나가라고 했어요.”
친구와 장난치다가 부딪쳤는데, 선생님이 자기만 야단치더라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교탁 옆에 앉히고, 그 반에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너희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터이니 함께 교실로 가보자고 했다. 아이는 앙앙 울며 도리질을 했다. 고집이 불통이었다.
할 수 없이 혼자 1학년 3반 교실로 내려갔다. 담임 선생님은 벌써 학교 한 바퀴를 돌고 와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사연인즉, 개구쟁이는 애먼 친구한테 주먹질을 했고 때마침 선생님한테 걸려 혼쭐이 나자, 떼를 쓰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선생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나는 이번 시간 마칠 때까지 작은 악당을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외로우면 사람이 그리운 법. 나는 좀 까칠하게 대했다. 아이가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시선을 주지 않고 턱으로 화장실 쪽을 알려주었다. 뽀르르 화장실을 다녀온 녀석이 마치 자기 교실 제 자리인 것처럼 의자에 앉아 욜랑거렸다. 그러다가 책꽂이에서 5학년 읽기 교과서를 꺼내 읽었다. 또록또록 잘 읽어 내심 놀랐지만, 나는 바쁜 척 일기장만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글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번에는 마시라고 준 우유를 제 머리 위에 올렸다 내렸다 하며 내 반응을 유발하려 하였다. 그래도 나는 꾹 참고 이따금 곁눈질만 하였다. 한참 뒤, 마침내 일기장 검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꼬마가 말을 붙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어디 갔어요?” “음악실에 노래 부르러 갔다.” “아, 노래!” 꼬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동요를 불렀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 나는 뜻밖의 재롱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니 개구쟁이 얼굴에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걸 보니 괜히 찡했다. 그래서 ‘♩학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라는 마지막 구절이 끝나자 나는 아이 옆으로 가서 살짝 안아주었다. 그즈음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우리 반 짱구들이 우르르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얘 누구예요?” “내 아들!” 꼬마 손님의 정체를 두고 언니 오빠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 문 앞에 낯선 꼬마들이 나타났다. 1학년 3반 아이들이었다. 수많은 남녀 개구쟁이들은 우리 교실 문밖에 선 채, 내 곁에 있는 친구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닭고기야, 빨리 가자. 선생님이 얼른 오시래.”
아이는 맹꽁이처럼 튀어 올라 친구들 속으로 사라졌다. 별명마저 생소한 ‘닭고기’라고 불리는 그 아이는 그렇게 불현듯 내 앞에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둥근 해가 떴습니다’는 빙빙 귓전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