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위해 매실차를 담가 보니…
손여진 26세. 직장인. 경기도 파주시 문발읍
첫 직장에 들어간 지 1년이 넘어가던 때였다. 나름대로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업무량은 늘어나고 후배들도 들어오다 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처음 해보는 일들도 대인 관계도 모두 잘 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까 왜 그랬지…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걸…’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며 사람들을 분별했고, 안 좋은 면만 보였다. 일을 하는 중간에도 불쑥불쑥 잡생각이 떠올랐다. 점점 회사 생활이 힘겨웠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 마당에 있는 30여 개의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만큼은 부정적인 잡생각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
그때부터 잡생각이 날 때마다 일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조금씩 보였다. 쓰레기통이 가득 찼으니 비워야겠다, 동료들이 나른한 오후에 졸려 하는 거 같으니 커피를 타줘야겠다 등등. 자연스럽게 나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을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동료들을 위해 매실차를 담가 보았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소화가 잘 안돼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럴 때 마실 매실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실차 한 잔을 건넸을 뿐인데도 너무나 고마워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팀워크도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그 이후로 나는 나를 비롯한 남의 잘잘못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줄어들었다. 동료들은 여전히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고, 그런 동료들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동안 얼마나 쓸모없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그런 생각들로 허송세월을 보낸 걸 생각하면 많이 부끄러워진다. 이제는 책상에 앉으면 업무에 집중도 잘되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언제 동료들을 분별하고 매일매일 후회하며 하루를 보냈던가 싶다. 까마득하다.
‘Early Bird’를 아시나요?
이영희 32세. 디자이너.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나는 올해 초까지 게임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게임 캐릭터 3D 모델러로 그려진 원화를 3D 캐릭터로 만드는 일이었다. 원래 편집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나는 일을 하면서도 뭔가 부족함을 느꼈지만 코앞에 닥친 많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잊어버리거나, 다른 취미거리로 그 허전함을 달랬다.
마음 한 켠엔 언제나 ‘공부를 해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직을 해야지’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스킬을 익혀야지, 그림을 그려야지, 결심했지만, 역시나 달라진 건 없었다. 밤이면 밤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지만, 번번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고,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냈다. 때마침 평소 즐겨보던 잡지에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란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아, 이거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회사의 친한 친구에게 제안을 했다. 매일매일 회사에 조금 일찍 나와서 같이 그림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잘해보자는 의미로 일주일에 그림 한 장을 못 그리면 3,000원씩 벌금을 내기로 했다. 처음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몹시 괴로웠지만 벌금 내기가 아까워 겨우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찍 나오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잘 그리는 분에게 보여주고 고쳐나가면서 그림 실력도 점차 좋아졌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블로그에 올렸고,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새 직장에서도 난 ‘얼리 버드(Early Bird)’란 모임을 만들었다. 자기 계발의 시간을 아침에 갖기로 한 것이다. 현재 함께하기로 한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졸린 눈을 부비며 각자 그림, 동영상 편집,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다. 후회 없는, 매일매일 알찬 하루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