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꿈이 많았습니다. 작가, 선생님, 화가….
글 그림에 솜씨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꿈은 멀어져갔습니다. 어느덧 아이들은 고3, 중3.
열심히 살아왔지만, 불현듯 허무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지금 제 꿈은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도전해볼까 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살기엔 인생이 너무 허무하고. 생각만 많습니다.
김00 / 주부. 46세. 경기도 부천시 거주
약 500년 전 한석봉 어머니가 어둠 속에서 떡을 썰며 무슨 고민을 했을까요?
일찍 남편 보내고 자식새끼 하나 바라보며 살았는데 하라는 글씨 공부는 안 해서 이렇게 자식 놈과 마주 앉아 떡 배틀이나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인생무상을 느끼며 지금 주부님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렇듯 지금 하고 계신 고민은 어느 시대나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답들도 많습니다.
대충 간추려 보면 자신의 삶을 찾아라, 일단 시작해봐라,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감을 가져라, 당신은 아직 젊다… 등등, 다 맞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한편 드는 생각은 말이 쉽지, 내 삶이 뭔지 알고 찾아? 지금 애들 문제나 여건상 뭐라도 시작하기가 쉽나? 하다 말면 괜히 주변 사람들한테 창피나 안 당하려나? 그리고 낼모레가 50인데…. 주부님의 질문 제일 마지막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각만 많습니다.’ 그래요, 참 생각만 많죠.
저희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말 “너 생각이 있는 애니?” 이렇듯 어렸을 때는 생각이 없어서 꿈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점차 생각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꿈들이 멀어집니다. 생각들을 좀 내려놓으세요.
어렸을 때는 삶이 뷔페식인 줄 알았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삶은 코스 요리란 걸 알았습니다. 앞 요리를 먹어야 다음 요리가 나오는. 지금 주부님 앞에 놓인 조금은 오래돼 먹기 부담스럽거나 먹고 나서 탈이 생길 수도 있는 꿈이란 음식이 있습니다. 이걸 드셔야지 다음에 어떠한 음식, 어떤 삶이 나올지 기대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꿈에도 유통 기한이 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금 꼭 한입이라도 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