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루살이 인생’ 같다는 말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 하루살이도 6개월 내지 3년 동안 애벌레 시기를 거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 긴 세월 동안 허물벗기를 여러 번 하고, 물속에서 온갖 위험을 이겨낸 후에야 비로소 하루일지언정 화려한 날개를 달고 눈부신 태양 아래를 날게 되는 것입니다. 하루살이를 빗대어 고작 하루를 살면서 생로병사와 번뇌가 있느냐며 가소롭다 말하지만, 잠시의 영화를 위해 70~80년을 애쓰다 허무하게 가는 우리네 인생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우주의 끝없는 시간 속에서 보면 인간의 삶 역시 0.00000001초의 찰나에 불과할 테니까요. 그 짧은 시간 어찌 살까. 무엇을 하며 살까.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는 게 좋을까. ‘행복하게 나이 잘 먹기’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편집자 주>
– 공지영. 소설가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1979년 9월, 한적한 시골 마을에 8명의 노인이 도착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1959년의 풍경으로 가득 꾸며진 집에서 70~80대의 노인들은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장면을 흑백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냇 킹 콜의 노래를 들었다. 식단을 스스로 결정하는 데서부터 요리와 설거지, 청소 등 그간 제지당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일상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놀랍게도 노인들은 50대로 돌아간 것처럼 시력과 청력, 기억력, 악력이 향상되고 체중이 느는 등 실제로 ‘젊어졌다’.
이렇듯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통해 나이와 노화, 질병 등은 생물학적 숙명이 아닌 우리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고정관념이며, 이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 <마음의 시계>(엘렌 랭어/사이언스 북스) 중에서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노인은 젊은이보다 사교 활동이 활발할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 들수록 행복감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사회학자 양양은 지난 1972년부터 2004년까지 30여 년에 걸쳐 18세~88세의 미국인 2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인 대면 인터뷰를 토대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노화로 인한 통증과 사별 등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가진 것에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듀크대학의 노화전문가 린다 조지는 나이 든 사람들이 기대를 낮추고 자신의 성과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만족감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행복감은 경기 침체와 호황에 따라 변동을 보였으나 모든 시대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이 든 사람들이었다.
– 미국사회학리뷰 2008년 4월호 게재
마음의 나이는 시작만 있을 뿐입니다. 아침에 뜨는 태양처럼…. 보이지 않는 가치를 깨달아 갈 때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어른이 되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희망, 사랑, 꿈, 시간, 진실 같은 게 그렇습니다. 이들은 한 번에 가치를 알아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들은 긴 시간 동안 느끼고, 매번 새롭게 깨달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 우리가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 탁소. 그래픽 디자이너
나이 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먼저 느끼는 것 같아요. 나부터도 길게 설명하는 건 듣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노인이라고 안 할 수는 없으니까 따라가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한 시간 배울 거 우리는 열 시간 배워야지요. 나이에 빼놓지 말고 생각해봐야 될 게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 건가 하는 문제예요.
후회 없는 삶이 어디 있겠어요? 다 늙어서 그때 이렇게 살 걸, 그런 회한을 줄이는 비결은 이웃에 눈을 돌리면 되는 거예요. 크게 생각할 것도 없어요. 해결 방법은 제시해주지 못해도 내가 자기 말에 귀 기울여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더라고요. 또한, 주변 사람들과 좋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요.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를 많이 받고 살았지만 저 또한 남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겠어요?
어떤 사람이 출근길에 가죽 가방 가장자리에 쇠고리를 댄 걸 들고 뛰는데 나를 치고 가서 멍이 시퍼렇게 들고 너무 아팠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그런 상처를 입었다는 걸 모르잖아요. 내 인생길에서도 나도 모르게 남한테 준 상처는 또 얼마나 많겠어요.
남은 날들은 이웃을 돌아보면서 따뜻한 할머니, 웃는 할머니, 좋은 할머니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 황안나(73). 도보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