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 김선규
“꽃 꽂아드릴까요?”
머리에 노란 꽃을 꽂은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엄마는 비닐하우스로 일 나가시고 저희들끼리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입니다. 담벼락 아래에 환하게 피어 있는 민들레처럼,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씩씩하게 뛰어놀며 영글어갑니다.
“영감, 나 예뻐요?”
양원역 철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민들레를 캐고 계십니다. 속병 걸린 할아버지 약해주려고 캐신답니다. 할머니가 노란 민들레꽃을 머리에 꽂으며 할아버지께 농담을 건네십니다. “영감, 나 예뻐요?”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피식 웃고 맙니다. 민들레 뿌리를 다듬으며 할머니는 민들레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민들레가 참 질겨요. 밟아도 살고, 호미로 캐고 나면 또 살아 나오고.” “그래 약이라 안하나.” 무뚝뚝하지만 할아버지 대답 속엔 정이 듬뿍 배어 있습니다.
사랑은 깊어만 가고…
마을 최고령이신 전우석(93) 어르신이 볕이 잘 드는 마루에서 윤순분(79) 할머니가 들어준 거울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할아버지께 할머니는 시집왔을 때 어떠셨냐고 여쭙자, “어떤 분이 마누라 식구 잘 데리고 다니라고 그랬어. 어디로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정말이야. 정말 예뻤다니까… 얼굴에 살이 뽀얗게 된 것이 아주 예뻤어요.” 할머니도 좋아라 하시고, 할아버지도 더욱 활짝 웃으시네요.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노부부의 사랑도 깊어만 갑니다.
“우리도 찍어보세요~^^”
섬마을 바다 끝자락에서 작은 분교를 만났습니다. 전교생이 8명뿐인 목포 유달초등학교 율도 분교장입니다. 조용한 운동장에 피아노 반주 소리와 순박한 아이들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3학년 반에서 들려온 것입니다. 학생은 단 두 명. 선생님이 반주를 하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조그만 걸상에 앉아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추억에 젖는 순간, 낯선 사람 구경 나온 사내 녀석들이 창밖에서 들여다보며 시끌시끌합니다. 멋지게 웃어주겠으니, 우리도 한번 찍어보라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