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곽지영 문화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SBS
‘키스&크라이’ 첫 방송 때, 요즘 ‘대세’인 가수 아이유는 빙판 위에서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했는데요, 이에 대한 심사 평은 ‘노래는 잘 들었다’였습니다. 가수가 아닌 스케이터로서 은반 위에 섰지만 스케이팅으로는 심사할 것이 없었지요. 이는 ‘키스&크라이’의 첫인상을 대변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피겨 영웅 김연아가 진행한다기에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지만, 실제로 빙판 위에서 선보인 것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아이스쇼나 올림픽 장면만 보다가 이들의 초보적인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습니다. 바쁜 연예인들이 굳이 이런 걸 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지요.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느끼게 됩니다. 13살 진지희부터 50대의 박준금까지, 그리고 상당한 재능을 갖춘 유노윤호에서부터 막 스케이트를 배운 아이유나 김병만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진들은 서로 다른 운동 신경과 전혀 다른 환경을 가졌지만 각기 전문 스케이터와 짝을 이뤄 발전해가는 모습이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유노윤호의 경우, 해외 공연 등 바쁜 스케줄 탓에 연습을 거의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케이트를 타야 할 의미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당초 이 프로그램에 나온 목적은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 피겨는 자신만의 목표일 수가 없음을 깨달은 거지요. 그의 파트너 클라우디아 때문입니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스위스 국적을 포기한 이 15살 소녀는 1등을 하여 8월에 있을 아이스쇼에 참가하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유노윤호가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40살의 ‘피겨맘’ 이아현과 36살 김현철씨 커플 역시 인상적입니다. 힘겨웠던 개인사를 극복하고자, 몰입할 무언가가 필요했다는 이아현은 첫 방송부터 열정을 다해 임하고 있지요. 그녀의 파트너 역시 청춘의 못다 한 꿈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서로간의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요.
이아현은 완벽한 무대에 대한 욕심으로 손짓 하나 표정 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상대는 그저 느긋해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불만을 토로하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정말 서로에게 화난 듯 불편한 기색도 노출됐습니다. 하지만 이아현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을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 커플 스케이터들은 연인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며, 티격태격하고 힘들어도 결국 서로가 온전히 마음을 공유하지 않으면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지요.
이렇듯 서로 다른 꿈과 성격, 환경,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때론 갈등하기도 하고 때론 감동하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무대가 더욱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나름의 사연과 열정 그리고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어설프고 낯설었던 무대가, 이들의 드라마로 더욱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만나 꿈을 공유하고, 성격과 가치관을 맞춰가는 과정은 비단 스케이팅에 한정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