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치면
아무리 성격이 나쁜 자일지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사공은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더욱더 큰 소리를 지르면서
저주를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빈 배라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가는 그대,
자신의 배를 그대가 비울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莊子) 외편(外篇)에 소개된 ‘빈 배[虛舟]’ 이야기입니다.
시남자라는 사람이 노나라 임금에게 한 충고를 적어놓은 것이라지요.
그렇습니다. 비우면 가벼워집니다. 인생이 자유로워집니다.
하지만 비워야 할 것은 재물 욕이나 권력 욕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막연한 기대, 두려움, 외로움도 있고, 또 다른 무언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내가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무도 모르는, 하지만 반드시 비워야 할 그 마음….
나는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