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부터 뭐든지 최고여야 했습니다. 20대에는 제일 돋보이고 싶어 외모를 치장하는 데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능력도 최고여야 했고, 돈도 많아야 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주변과의 비교에서 내가 우위에 서야 했기 때문입니다.
스물다섯에 결혼을 하고, 남편의 첫 부임지인 네덜란드로 함께 떠났습니다. 물론 결혼 생활도 최고여야 했습니다. 내가 완벽한 만큼 남편도, 아이들도 완벽하기를 바랐습니다. 내 아이들이 최고여야 했기에, 30대는 참으로 극성스러운 엄마로 보냈습니다. 40대에는 나름대로의 커리어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심리 상담 치료사, 요가 강사…. 목적한 바대로 명성과 돈도 따랐습니다.
내가 꿈꾸던 명예, 돈…. 그런 것을 가지면 행복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성취감도 그때뿐,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주위에는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걱정할 게 없어 보이던 남편도 알게 모르게 출세와 돈에 대한 욕망 같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마음이 열등감을 만들어,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 앞에서는 왠지 주눅 들어 하더군요. 그 열등감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주변의 것들을 최고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99개를 잘해도 언제나 못한 1개에 초점을 맞춰 야단을 쳤지요.
매순간 더 나아져야 하고, 더 높아져야 하고, 현재 가진 것에 대해서는 늘 부족해하는 그 마음에 행복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밖에서 행복의 조건을 구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갇혀 있던 정서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그곳에서 자연의 오묘함과 신비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던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하늘을 보면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조용히 숲에 들어가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와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왜 항상 비교하고 욕심내고, 나보다 잘난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수백억 번을 다시 태어나도 똑같을 것 같은 이 마음들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2003년 말, 해외 근무를 마친 남편을 따라 벨기에에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낸 한 지인으로부터 <세상 너머의 세상>이란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세상 너머의 세상’이란 무엇일까? 밤새 읽고 또 읽고 10번 정도는 읽은 듯합니다. 마음수련을 해보리라 결심했습니다. 수련을 하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모든 여건을 마련해준 남편임에도, 남편을 무시하고, 주변 사람을 무시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강한 자존심으로 모든 것을 내 위주대로 하려고 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내 자체가 열등감 덩어리였습니다. 그걸 감추기 위해서 그렇게 부단하게 노력했던 거였습니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조금씩 변화되어 갔습니다. 요만한 것도 넘어가지 못하고 맞나, 틀리나 논리적으로 따지던 완벽주의의 내가, 점점 부드러워진 것입니다.
남편도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수련 일주일 후 남편은 “내 마음에서 내려놓으면 힘들 게 없네. 마음을 빼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헛된 것에 마음을 뺏기고 살았나 후회가 된다”며 참 편안해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버리며 우리 부부는 알았습니다. 진짜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열등감, 우월함, 최고가 되려는 욕심, 그런 마음속에서는 매순간 후회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나를 위한 삶이기에, 그것은 곧 사라져버리고 말 허망한 꿈이기에.
진짜 후회 없는 삶이란 ‘나’라는 것은 티끌도 없는 것입니다. 이국땅에서도 언제나 똑같이 있어주었던 그 하늘 같은 마음이 되는 길밖에는 없었습니다. 하늘이 누구 탓을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던가요. 옳다 그르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분별하던가요. 그 자연의 마음으로 걱정 없이, 가짐 없이, 남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빌어주고 도와주며 살 때 후회는 남지 않더라고요.
예전의 저는 심리 상담을 할 때도 우월감을 갖고 했었습니다. 친절한 척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도 모르는 우월감과 군림하려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나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나니 무척이나 편안하고 고요해져 그냥 그들과 하나가 되더군요. 마음수련을 하기 전에는 상담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불행해서 오는 사람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들도 많이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마음이 들어찰 대로 들어차서 더 이상 돌파구가 없어진 상태가 된 것임을 알고 그 점을 많이 인지하도록 해줍니다. 바로 그것이 과거의 나의 모습이었으니까요.
되돌아보면 옛날에는 사소한 금기 사항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밤참은 먹으면 안 되고, 양말은 아무 데나 벗어놓으면 안 되고, 치약도 아무렇게나 짜면 안 되고….
그런 작은 것들부터 큰 것까지 완벽하게 테두리를 쳐놓고 살았었지요. 남편은 예전의 자신 같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소중한 인생을 허망한 것을 좇느라 허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찾아올 것입니다. 참된 것을 찾고, 진실한 것만 추구하며, 아무 바람 없이 사람을 대하고, 사랑하며 살았다면 절대 후회는 없을 텐데 말이지요. 머리로는 누가 모르며 말로는 누가 못 하냐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희 부부도 그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