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태어난 땅 한반도

프랑스에서 생태전문가이자 항공사진가로 활동 중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4년 동안 한반도 하늘을 날면서 우리나라를 재발견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하늘에서 본 땅과 바다 그리고 다양한 자연의 오브제들은 신神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빚을 수 없는 자연의 미학美學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의 항공사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 가슴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우리만의 시각으로 촬영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2008년 10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간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비행을 했다.

사진, 글 이태훈

충남 보령 _ 붉은빛을 토해내는 황토. 이 땅에서 우리는 먹을 것과 삶의 원동력 그리고 다양한 인생을 배운다.

항공사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시각을 선사한다. 수평에서 보는 세상과 수직으로 보는 세상은 너무나 달랐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하늘에서 보면 조형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와 피사체가 아주 독특하게 보인다. 하늘에서 본 한반도의 모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신神이 빚어놓은 자연의 소나타는 감히 인간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산하 특유의 선의 부드러움, 형형색색의 나무와 숲, 수백 년 동안 만들어진 논두렁, 인간의 따스한 마음을 품은 산길 등 무심코 지나쳤던 산과 들 그리고 바다는, 조형적이면서 화려한 색채가 눈을 즐겁게 하였다.

전북 전주 _ 마치 거대한 잎사귀를 햇살에 비춰 보는 것처럼 독특한 모양을 가진 전주 지역의 논 풍경이다. 모내기를 한 논은 새로운 생명을 키워낸다.

충남 대천 _ 대천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내륙으로 들어오면 아름다운 논 풍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논에 개구리밥이 올라와 또 다른 봄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대한민국은 색色이 굉장히 다양하고 수려하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곳, 한반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이 땅의 출생지 또한 무한한 우주이며, 우주의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이 땅 만물의 근원 또한 하늘이 아닌가. 우주는 그렇게 노란 꽃, 붉은 꽃, 노루와 토끼와 사슴을, 강과 산과 들이라는 형형색색의 하늘을 이 땅에 탄생시킨 것이다.

충남 태안 안면도 _ 인간의 노력으로 일궈낸 간석지는 자로 잰 듯한 논두렁이 인상적인 곳이다. 하지만 꼬불꼬불한 논두렁이 주는 아스라한 향수는 조금 부족하다.

이태훈 사진가는 1970년 강원도 태백 생으로 <스포츠서울>과 <월간조선>에서 12년간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 프리랜서 사진가, 여가 문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뷰티풀 코리아> <뷰티풀 티베트> <하늘이 내린 선물> <끌리다 거닐다 홀리다>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 100>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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