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의 마음의 정원에서 봄을 맞는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버몬트주 30만 평에 자리한 비밀의 정원.
미국의 가장 사랑받는 동화 작가였으며 일러스트 화가로 백 권이 넘는 그림책을 펴냈던 타샤 튜더는
2008년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곳에서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고 옷을 지으며 19세기 생활 방식으로 살았다.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아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낙천적이며 소박하게 살아온 그녀의 삶과 철학을 두 권의 저서를 통해 만나본다.

출처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브라운 찍음)
<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리처드 브라운 찍음) (도서출판 윌북)

 

 

 

타샤는 붉은 꽃잎이 너울대는 자포니카 동백을 좋아한다. 아이리스 모양뿐 아니라 장미 형태를 지닌 종류도 갖고 있다. 모두 가운데 가루 같은 노란 수술이 있다. 3월이면 동백꽃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집에 와서, 여러 개의 백랍 단지에 꽂고 또 꽂는다. 그 섬세한 색과 극적인 움직임에 이끌려 믿기 어려울 만치 탐스럽고 복슬대는 귀한 동백꽃들을 모아놓는다.

타샤는 마당에 있는 풀 한 포기까지 진심으로 사랑하고, 식물 하나하나를 그대로 애지중지하면서 친구처럼 이야기한다. 타샤는 꽃들에 대해 ‘그 아이가 싹을 예쁘게 틔웠는데, 날이 건조해서 시무룩해졌지요’라고 말한다. 정원이 늘 황홀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듯싶다.

헛간이나 집에서 일할 때면 종종 인생을 살면서 저지른 온갖 실수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얼른 그런 생각을 뒤로 밀어내고 수련을 떠올린다. 수련은 항상 불쾌한 생각들을 지워준다. 새끼 거위들도 수련처럼 마음에 위안을 준다. 새끼 거위의 눈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지? 단춧구멍을 낸 듯한 눈 주변과 보송보송한 솜털이라니. 기분 좋을 때 내는 이상한 휘파람 소리 같은 지저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 20~30년간 기른 화초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설레는 일이다.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수선화는 낙천적인 꽃이고 잘못될 리 없는 꽃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제비가 엄두를 내기 전에 오는 수선화, 3월 바람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네’라고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