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힘 알려준 대만 바이어 부부

나는 우리 매장의 가장 큰 바이어 부부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윈과 그의 아내 링. 대만에서 굉장히 큰 액세서리 도매 숍을 운영하는 중년의 동갑내기 부부다.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액세서리 도매 매장엔 한국 물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만,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바이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남의 나라에 왔으니 더 큰 성과를 내야 하고, 또 괜히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인지 상대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어떻게든 가격을 깎으려고 머리를 굴리는 바이어들을 대하다 보면 정말 지치게 된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전혀 달랐다. 처음엔 부인인 링 혼자 방문했는데, 작은 체구에 눈빛이 따듯하고 포근한 사람이었다. 원하는 물건을 고른 후 우리가 가격을 말하니 오히려 그 가격에 해도 괜찮은 건지, 우리를 먼저 걱정해주면서 바로 계약을 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링은 우리를 너무 따듯하게 포옹해주었다. 다른 바이어들처럼 경계하는 것이 전혀 없이, 거리낌 없이 안아주는 모습에 내 마음도 녹는 것만 같았다. 이런 바이어는 처음이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신랑 윈과 함께 왔는데, 큰 키에 후덕하게 생긴 모습이 링이 주는 느낌과 닮은 사람이었다. 우리를 전적으로 믿고 구입해주는 이들의 물건을 만들 때면 나도 모르게 더 정성을 기울였다. 이들의 사업이 더 잘되기를 기도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진심의 힘이라는 것일까.

나중에 사장님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처음 이분들과 거래를 맺은 것은 2011년. 당시 한참 장사가 잘 안 될 때였는데 이분들이 와서 소량의 물품을 구입해갔다고 한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수출 물품을 보낼 때 감사의 편지를 같이 보냈다고 한다. 영어가 짧다 보니 영어 단어와 단어, 그리고 표현이 안 되는 것은 웃는 이모티콘, 그림 등등을 섞어 보냈다고 한다. 마치 상형문자 비슷한 그 편지에는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준 그분들에 대한 감사, 이들 부부의 사업이 더 번창했으면 하는 사장님의 진심 어린 마음이 들어 있었다.

6주 뒤 이들 부부가 다시 매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바로 그 상형문자 편지를 들고. “독특한 편지에 정말 즐거웠다”며 처음보다 더 많은 물량을 구입해갔다고 한다. 그렇게 진심이 통하는 거래가 이어지면서, 거래량도 점점 늘어가더니 이제는 우리의 가장 큰 바이어가 된 것이다.

그분들은 언제나 제일 먼저 우리 매장에 들러 인사부터 한다. 그리고 다른 상가들을 다 둘러보고 돌아갈 때면 다시 우리 집에 와서 작별의 인사를 하고 간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떠나 그냥 보기만 해도 반갑고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

“우리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사람 간에 일이 잘못되는 것은 모두 제 잘못이지요. ‘잘못했습니다’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부정적인 마음이 멈추게 됩니다.” 작년 겨울 함께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남편 윈이 들려준 이야기였다. 윈은 엄청나게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돈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회의를 느낄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아내를 만나게 되면서 감동을 받았고, 아내가 하는 마음 수양을 같이 하게 됐다고 했다. 그걸 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얼마나 잘못 살아왔는지 깨닫고 생전 처음 눈물 흘렸다는 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어떻게 그런 사업 마인드를 가지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상대에 대한 존중감 없이 철저히 비즈니스로만 다가오는 바이어들. 그들을 보며 나도 물건만 잘 팔면 된다는 마음으로 대했다면, 그들 부부 덕분에 점점 진심으로 대하게 된 것이다.

언어와 외모는 달라도, 사업으로 만났어도,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가족 같은 관계가 될 수 있고 서로에게 진정으로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윈 & 링 부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황현정 액세서리 도매 매장 직원

대만의 바이어 부부에게는 황현정님의 마음을 담아

‘고마운 윈 & 링 부부에게’

라는 문구와 함께 꽃바구니가 전달됩니다.

감동을 준 사람, 고마운 그 사람의 사연을 소개해주세요.

그분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담은 편지 형식의 글도 좋습니다.(edit@maum.org)

소개된 분께는 간단한 문구와 함께 꽃바구니 혹은 난 화분을 보내드립니다.

협찬 예삐꽃방 www.yeppi.com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