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리, 평화와 환경을 이야기하는 14살 소년

‘재생 에너지만 쓰는 아름다운 초록마을에 공해박사 일당이 침투한다.
그들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그린맨(GoGreenMan)이 나타나 싸운다.’
겨우 열 살의 한국계 미국인 소년이 인터넷에 올린 이 이야기는 미국 전역에 알려지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소년은 미국 의회, 한국, 필리핀, 몽골 등 전 세계를 다니며, ‘고그린맨’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한다.
“나무를 심어요” “재활용을 해요” 작고 귀여운 아이의 순수하고 간절한 메시지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했으며,
2010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 남북한 ‘어린이평화숲’을 만들자는 편지를 전하기 위해 북한에 방문했을 때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어느덧 14살 청소년이 되어 다시 한국을 찾은, ‘환경 운동가’ 조너선 리(Jonathan Lee)를 만나보았다.

최창원 사진 홍성훈

“우리는 자연의 큰 변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초래하는 파괴는 막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사막화를 방치해선 안 됩니다. 지구를 도와주세요!”

2011년 10월,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제10회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의 홍보대사로, 한국을 찾은 조너선 리. 그는 총회에 맞춰 195개국 전 세계 정상들에게 ‘사막화 방지’를 위한 협력을 부탁하는 간절한 편지를 보냈다. 특히 조너선이 강조한 것은 사막화의 위험에 처한 북한에 대한 산림 지원이었다.

지금 조너선이 제일 크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DMZ어린이평화숲’을 만드는 것이다. 나무를 심어 북한의 사막화를 막고, 밤나무 같은 유실수에서 나온 열매는 배고픈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더불어 남북한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2012년 3월 21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평화의 날’ 행사를 준비 중이다. 나아가 매년 3월 21일을 ‘세계어린이평화의날’로 만들자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DMZ어린이평화숲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요.

남쪽과 북쪽의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평화의 장소를 만들자는 거예요.
60년 동안 갈라져 있어서 남북의 어린이는 만날 수도, 함께 놀 수도 없었잖아요.
우선 3월 21일에 남북한 어린이들이 만나고 이날, 함께 ‘어린이평화숲’도 조성했으면 좋겠어요. 그날은 새봄이 시작되는 ‘춘분’이고 둘(2)이 하나(1)가 되는 통일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로 정했어요.

2010년 8월에는 북한에도 다녀왔잖아요.

조금 긴장도 됐지만 용기를 내서 평화숲을 제안하고 싶었어요. 북한 고위층 관계자들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이 문제를 상의했어요. 어른들은 남북한의 다른 점을 말하지만 제 눈에는 같은 것만 보였어요. 말, 춤, 음식 같은 거요. 이렇게 같은데도 60년 넘게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슬펐어요. 북한에 다녀온 후, 한반도와 한국 전쟁에 관해 더 많이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었어요.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는데 왜 평화가 찾아오지 않고 있을까? 천만의 이산가족이 있다는데, 어떻게 60년이 지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끼리 떨어져 살 수 있었을까? 이산가족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다시 만나는 게 제 소망이에요.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통일이 되고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요.

그해 11월에는 중국 천안문에서 1인 시위도 했는데, 무섭지 않았어요?

그곳에 걸어가기 전까지 무서웠는데 일단 그 장소에 서니까 용기가 났어요. 남북한 문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용기가 났어요. 북한에 다녀온 후 중국이 한반도 평화 조성에 큰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한국, 미국 대통령에게는 같은 뜻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는데, 중국 대사관의 거절로 후진타오 주석에게는 편지를 전달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후진타오 주석에게 평화숲의 뜻을 전하고, 또 한반도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환경 운동을 하다가 남북의 평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7년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식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어요. 그분은 남북한 사이가 평화롭기를 무척 바라셨는데, 거기서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남북한의 갈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길을 생각하다 어린이평화숲을 떠올리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 전쟁이야말로 지구와 환경을 파괴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걸 알았어요. 환경을 위해서는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세계 어린이 평화 운동을 하게 됐어요. 이제는 더 이상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전쟁과 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너선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0살 때 환경다큐를 보면서였다. ‘빙하가 녹고 원시림이 파괴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각국의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한다’는 내용의 다큐였다.

조너선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지구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고그린맨(GoGreenMan)이었다.

친환경 에너지 무기를 사용해 공해박사 무리들과 싸우는 환경 슈퍼 영웅 고그린맨. 2007년 초,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기 시작하자 두 달 만에 방문자 수 10만 명이 넘을 만큼 미국 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CNN 등 각종 언론에서 고그린맨을 소개했고, 조너선은 ‘고그린맨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어요, 너무 많은 쓰레기가 지구를 오염시키니 재활용을 해요, 숲과 야생동물을 보호해요….”

아이의 시선으로 본 너무도 쉽고 간단한 해결책. 그리고 소년은 그걸 행동으로 옮겼다.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본 미국 남부 지역에 가서 수백 그루의 나무를 심고, 미국은 물론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환경 강연과 캠페인을 한다. 각국 정상들에게 편지를 쓰고, 1인 시위도 하고, 유엔, 환경 단체, 세계 환경 회의가 열리는 곳 등등 메시지를 알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이런 활동을 하며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수많은 세계 각국의 인사도 만난다. 작은 아이의 순수하고 간절한 목소리는 어른들을 돌아보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소년을 돕겠다고 약속한다. 워싱턴타임즈는 소년을 ‘세계어린이환경대사’라 명명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3월, “자기 힘으로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아는 젊은이들이 있다. 너와 같은 청소년이 내게 영감을 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는 격려의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조너선이 그린 고그린맨 동화. 바람 에너지나 태양 에너지처럼 재생 에너지만 쓰는 초록마을. 이곳엔 정원 가꾸는 걸 좋아하는 물의여인, 마음씨 고운 예쁜이 하나, 재활용로저 등이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산다. 그런데 이들의 행복을 질투하는 무리가 있다. 바로 공해박사 일당들. 순간순간 벌어지는 악당들의 음모에 고그린맨과 초록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싸운다.

어린이 ‘1인당 1년에 나무 1그루 심기’ 운동, 패스트푸드점 재활용 캠페인 등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죠.
어떻게 그런 활동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전 세계 모든 어린이가 일년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10억 그루가 늘어나요. 어린이들 한 명 한 명은 큰 힘이 없지만 작은 움직임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어요. 그리고 2009년에 빨리 밥을 먹으려고 패스트푸드점에 갔는데, 다 먹고 나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보고 경악을 했어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매일 땅속으로 들어갈지. 그 쓰레기들을 재활용만 해도 얼마나 많은 연료를 후대를 위해서 아끼게 될지. 그래서 시작했어요. 맥도널드 앞에서 재활용을 하자고 제안하는 피켓을 들고 평화 시위도 하고, 패스트푸드 회사에 편지도 쓰고, 비디오도 만들었어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어디서나 재활용이 잘되고 있어서 미국에 한국의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이 재활용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어요.

조너선처럼 모든 아이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지는 않지요.

그건 당연한 거 같아요. 그렇지만 지구를 위해 어린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요. 어린이들이 환경을 배울 때 진심으로 즐거웠으면 좋겠고, ‘고그린맨’ 이야기를 쓴 것도 그래서였어요. 그동안 많은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예전보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는 이메일을 전 세계 아이들에게서 받고 있어요.

조너선의 어릴 적 가족사진. 어머니 멜리사 리, 여동생, 아버지 이경태씨와 함께. 조너선이 전 세계를 다닐 때면 아버지가 늘 함께한다. 부모님은 언제나 조너선의 생각을 존중해주지만, 때로 해롭다고 판단한 것은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누구든지 환경 보호를 위해 작게나마 실천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요.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구나 환경을 지킬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안 쓰는 전등이나 컴퓨터 끄기, 양치할 때 수도 잠그기, 재활용하기 같은 것들요. 저도 되도록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요. 재활용 철저히 하기 등 자잘한 일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동안 참 많은 활동들을 했어요. 힘들거나 지친 적은 없나요?

힘든 거라면 비행기 타는 시간이 힘들고, TV 출연할 때 메이크업하는 것도 좀 힘들어요. 그런데 저의 메시지를 알릴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지구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적대요. 전에는 제가 비디오게임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환경의 중요성을 알면서 그만두었어요. 전기를 쓰는 대신, 환경을 돕기 위해서요. 그때 든 생각이, ‘나는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해박사에게 지구가 파괴된다면, 밖에서 놀 수가 없잖아’였어요. 세상이 오염되면, 모든 동물과 식물과 저희 인간들 또한 파괴될 거고요. 환경을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지키는 거더라고요.  다 함께 지구를 지켜 나가요.

조너선은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홈스쿨링과 학교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한다. 고그린맨의 이야기는 20편까지로 끝을 맺고, 청소년이 되어가면서 ‘세계청소년환경연대(I.C.E.Y)’를 만들었다. 지금은 2012년 3월 21일 행사를 준비하며, 한국의 어린이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조너선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기까지는 부모님의 도움이 많이 있었지요.

부모님은 언제나 자유롭게 관심 있는 것을 할 수 있게끔 해주셨고, 의사를 존중해주셨어요. 북한 입국, 천안문 광장 1인 시위 등 때로 위험해 보일 때는 걱정하셨지만 결국지지해주셨어요. “네가 어떤 것에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항상 너를 지지한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평화로운 일이라면 말이다” 하면서요. 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계속 환경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고. 우리도 조만간 어른이 되잖아요. 우리들이 미래가 더 나은 곳이 되도록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들부터 환경 보호에 나선다면 20년 후의 세계는 아주 다른 곳으로 바뀌어 있을 거예요. 평화롭고 전쟁이 없고, 모두가 서로 돕고 행복한 세상으로.

2011년 11월, 미국으로 돌아간 조너선은 또 한 번 미국 유엔 본부 앞에서 ‘한국전쟁 종식’ ‘3월 21일 세계어린이평화의날’ 지정, ‘DMZ어린이평화숲’ 조성 등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온통 지구를 지킬 생각으로 바쁜 소년, 생각을 하면 거침없이 실천에 옮기는 소년, 하지만 의외로 부끄럼도 많이 타는 소년, 조너선.

인터뷰 내내 실제로 이 소년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주가 보낸 ‘고그린맨’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의 말처럼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 ‘환경 사랑과 평화’가 새겨진다면 곧 이 지구가, 이 세상이,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한 날들이 다가오지 않을까.

조너선, 지구에 와줘서 정말 고맙다. 지구를 잘 부탁한다, 고그린맨.

조너선 리(Jonathan Lee, 한국명 이승민)는 1997년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열 살 때 환경 다큐를 보고 충격을 받은 후, ‘고그린맨’이라는 과학판타지동화를 쓰며 환경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세계청소년환경연대 대표이며, 저서로 <고그린맨 VS 심술통 떼돈 공갈 팍팍써(판타지 과학환경동화)>(삼성출판사)가 있다. www.gogreen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