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계층 자립 지원하는 ‘자리(주)’

취재 문진정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위기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곳이 있다.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꿈 자리,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 마음이 편안한 쉼 자리를 만들어가는 기업 ‘자리(주)’이다. ‘자리’의 신바다(31) 대표가 처음 카페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경기도 부천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한 땀 한 땀 일구어낸 ‘음자리’ 카페였다. 이후 카페가 유명세를 얻으며 2010년에는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의 카페 창업을 맡게 되었고 인천 지역의 청소년 쉼터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탈학교 청소년들, 취약 계층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배달, 혹은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거의 전부. 신대표 역시 고등학교를 자퇴한 경험이 있었기에 청소년들의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고 문제의 해답을 카페 사업에서 찾게 되었다.

2012년 사회적기업 ‘자리’를 설립한 후 그동안 쌓아온 실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홍제동, 선유도역에 차례로 카페를 열었고 장애인, 청소년 그리고 이주 여성들을 채용해왔다.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도 개설해, 일반 교육생의 교육비로 위기 청소년들의 바리스타 교육을 후원하는 프로그램도 작년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커피나 베이커리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최고 인기 과목. 그 과정에서 적극성, 배려심도 키울 수 있으며, 손님을 대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작고 어려운 사회적기업이 아니라 서비스가 매력적인 기업, 이윤과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대기업’을 꿈꾸는 신바다 대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신대표의 경험과 열정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앞으로의 새로운 시도들이 사회적기업의 훌륭한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바리스타 자격증 무료 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 작년 한 해 동안 위기 청소년, 장애인, 미혼모, 이주 여성 등 80여 명이 교육을 받았으며 일부는 ‘자리’ 직영 카페에 채용되었다. 청소년들에게는 기술 교육뿐 아니라 소셜벤처 ‘기억발전소’의 협력으로 인문학교육, 문화예술교육도 지원한다. 지난 3월부터는 소망교도소에서 국내 최초로 성인 재소자 대상 커피와 베이커리 자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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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다 대표 이야기

17살에 자퇴를 선택하고 그 후로 퀵서비스, 막노동 등 많은 경험을 해왔습니다. 제가 처한 환경만 봤을 땐, 저 또한 소위 말하는 탈학교 청소년, 위기 청소년이었던 거죠.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대할 때 스스로도 경계심이 전혀 없고, 공감대 형성도 쉽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눈으로 보면 ‘막 사는’ 것 같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게 됩니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다가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문제인데요, 쉼터 아이들은 20살이 되면 쉼터에서 나와 자립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주거 공간이고 올해는 ‘자리’에서도 게스트하우스와 쉼터가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사업을 운영할수록 한 명의 청소년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립한다는 건 아주 장기적이고 어려운 일임을 실감합니다. 지금은 미약한 성과이지만 5년, 10년이 지난 후에는 이 친구들이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공 케이스라고 말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베트남에는 ‘코토’라는 14년 된 사회적기업이 있는데 15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배우고 일하면서 급여도 받고 기숙사 생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자리’ 또한 코토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뿐 아니라 많은 소외 계층의 빈자리들을 채워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역할이고 개인적으로도 짜릿한 즐거움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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