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내버리자! 편견과 차별

한국의 다문화 가정이 40만 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가정은 출산율이 점점 줄어드는 데 반해 다문화 가정의 출산율은 급격히 높아져,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초등학생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새로운 ‘인종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자퇴를 하거나 대안학교로 전학을 가는 학생도 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차별방지법’을 만들거나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수를 늘리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가 타민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차별을 얼마나 용인하고 있을까. 스스로 다문화, 인종, 학력 등의 편견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40여 년 전, 미국에서는 차별을 실제 겪음으로써 내재된 차별 의식과 선입견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닫게 하는 실험 수업이 있었다. 이 실험을 경험한 아이와 어른들의 인생은 크게 변화되었다.

이 실험은 ABC TV 다큐멘터리 <폭풍의 눈(Eye of the Storm)>을 통해 미국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수업 때문에 교사 엘리어트는 실험 방식이 비윤리적이고 가혹하다, 차별하지 않는 다수에게 죄책감을 갖게 한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을 통해 온전히 상대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차별하는 마음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상처와 수치심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고, 몇 년이 흐른 뒤에도 수업을 받지 않은 또래에 비해 인종차별적 태도가 덜하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차별 수업에서 느낀 경험이 나의 편견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나’가 있는 한 ‘상대 입장 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의 편의대로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라는 단어로 집단을 구분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이 용기 있는 미국인 교사의 실험은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 마음의 낡은 습관을 한 번이라도 꺼내보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차별의 날’ 수업

미국 아이오와 주 라이스빌의 교사 ‘제인 엘리어트’는 1968년, 흑인의 인권을 위해 싸웠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죽음을 계기로, 초등학교 3학년인 자신의 학생들에게 독특한 수업을 진행했다. 눈동자 색으로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첫째 날 갈색 눈의 학생들이 푸른 눈의 학생들보다 ‘우월하다’고 선언하고 특혜를 주었고, 다음 날은 반대로 푸른 눈의 아이들에게 특혜를 주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첫째 날 특혜를 받은 갈색 눈의 아이들은 교실 앞쪽에 앉고 밥도 먼저 먹었으며 쉬는 시간도 더 길었고, 열등하다고 딱지를 붙인 푸른 눈의 아이들에게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았다.

“교실에서 뭘 배웠는지 기억이나 하고 있니?”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은 초대받지 않으면 갈색 눈을 가진 사람과 함께 놀 수 없어.”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은 쉬는 시간에 운동장의 큰 놀이 기구에서 놀면 안 돼. 그리고 작은 놀이기구도 교실 밖으로 갖고 나가면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한 시간쯤 후, 푸른 눈의 아이들은 정말 열등한 사람처럼 행동했고 몇 시간 후에는 어떤 아이가 갈색 눈인지 한눈에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갈색 눈의 아이들은 행복했고, 눈이 초롱초롱했으며, 학업 능률도 전보다 크게 올랐다. 반면 푸른 눈의 아이들의 자세와 표정은 비참했고 학업 능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다음 날 역할은 뒤바뀌었다. 전날 신이 났던 아이들은 몇 분 사이에 불안해하고 우울해했고 화를 냈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엘리어트는 같은 실험을 반복했고 결과는 비슷했다.

차별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이야기

“차별이란 사람을 그가 한 일이 아닌 피부색으로 판단하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그게 어떤 기분인지를 학교에서 배웠다.” – 캐럴 앤더슨

“나는 미칠 것 같았다. 푸른 눈을 가진 아이들을 꽁꽁 묶어버리고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뭐든지 먼저 했고, 우리는 뭐든지 나중에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이 더러워졌다. 차별은 하나도 재미있지 않다.” – 데비 앤더슨

“금요일에 우리는 차별을 실험했다.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일을 먼저 했다. 내 눈은 푸른색이다. 나는 갈색 눈의 아이들을 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갈색 눈을 가진 사람을 발로 차고 싶었다. 학교도 그만두고 싶었다.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은 쉬는 시간도 5분 더 받았다. 나는 차별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별은 나를 슬프게 한다. 나는 평생 화난 채로 살고 싶지 않다.” – 시어도어 페르진스키

정리 문진정

참조 도서  <푸른 눈, 갈색 눈>(윌리엄 피터스 지음 | 김희경 옮김 |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