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 아누타.
지난해 가을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 제작 촬영을 위해
돛단배를 타고 아누타 섬으로 향했다.
인간의 무한 경쟁과 탐욕으로 인해 한계에 이른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떠난 길이었다.
하지만 섬으로 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별자리를 길잡이 삼아 나흘간 망망대해를 항해한 끝에
겨우 아누타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 & 글 박종우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을에선 노래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벌거벗은 채 뛰어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흥겨움과 화음은 섬 안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섬 주민 280명 대부분의 이름을 외우게 될 무렵, 한 달간의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섬을 떠나게 되었다. 배가 출발하기 전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해변에 나와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별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 세상 그 어떤 오지 마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이 수천수만 년 살아온 원래의 방식은 오늘날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일깨워준 곳, 아누타. 갈수록 팍팍해지는 현실에서 ‘아로파’가 희망의 언어가 되어 널리 전파되길 소망해본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종우님은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영상매체를 전공했습니다. 11년간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근무하다가 다큐멘터리스트로 전환한 후 티베트 지역, 몽골리안 루트 등 전 세계를 돌며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문화의 기록을 남기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다큐멘터리 영상물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 <사향지로> <최후의 제국>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