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터치’

취재 최창원

왼쪽부터 심은영(23), 곽선희(23), 나현수(23), 김정윤(23, 성신여대 의류학과), 김주영(27) 학생.

소외된 이웃들에게 옷을 만들어주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의 손짓이 당신의 희망을 터치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재능 기부 ‘터치’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2011년 3월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수업하고 남은 원단으로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점퍼를 만들어드리자.”
독거노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안경호(06학번) 학생이 제안했고, 뜻을 함께한 이들은 패딩 30벌을 만들어 서울 자양동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선물해드렸다. 그 후 2012년 청각장애인 단체 ‘사랑의 달팽이’가 재활 치료를 위해 운영하는 클라리넷 연주단의 여름용 단복 30여 벌을 선물해주었다. 합주단에서 활동하는 동생을 둔 터치 회원의 제안으로 진행된 일이었다. 회원 한 명이 아이들 한 명을 맡아 일대일로 사이즈를 재고, 재단과 재봉 바느질까지 하여 완성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복. 아이들은 자신들을 생각하고 관심 가져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했다. 그다음 해에는 아동 청소년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아이들로 구성된 ‘행복나무소년소녀합창단’ 단원 31명의 단복을 제작해주었다. 수업하고 남은 원단 품목이 한정돼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원단을 지원받아 진행했다. 올해는 여건이 안 돼서 결혼식을 못 올린 다문화가정 부부들을 위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만들어드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울 100% 소재로 만든 합창단 단복(2013). 아이들의 빠른 성장을 고려해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게 만들고, 바지, 치마, 조끼, 나비넥타이, 케이프 등도 각각 만들어서 활용도를 높이려고 했다. 외모에 민감한 나이라 예뻐 보일 수 있게 디자인을 고려했다. 완성된 옷에는 그 옷을 만든 회원의 이름과, 학생 이름을 새겨 넣었다. 터치 활동은 5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www.facebook.com/touchproject

김주영(4학년) 학생의 이야기

저는 2012년 군 전역 후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게 멀게만 느껴졌는데, 내 근처에서 이뤄지니까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3년에는 터치 대표를 맡아 그룹홈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 아이들의 단복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11월에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하는데 단복이 없어서 고민한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회원 한 명이 아이 한 명씩을 맡아서 치수를 재고 그 아이를 위한 옷을 만들었어요. 옷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회원들도 많았어요. 과제, 시험 등을 같이 병행해야 했으니까요. 저 역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아이들 생각하면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고요. 치수를 재는 것부터 가봉이 되면 입혀보는 등등 그러면서 10번 정도 만났는데, 처음에는 “왜 우리한테 옷을 만들어줘요?”라며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갈수록 반겨주는 겁니다. 특히 애들이 자기들 먹을 간식을 안 먹고 기다리다가 우리들에게 줄 때는 뭉클했어요. 그럴수록 우리가 섣부른 마음으로 하면 안 되겠다, 아이들이 기대한 만큼 제대로 해주자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여러 번 다시 해오라고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완성된 옷을 11월 5일 공연을 앞두고 전해주었어요. 사실 말이 하나뿐인 맞춤복이지 저희가 아직 배우는 과정의 학생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성복보다는 못해요. 하지만 공연하는 걸 보니, 단복이 생각보다 괜찮고 빛나더라고요. 처음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 입는 걸 본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더 잘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는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성장을 했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무언가를 나누는 이런 터치의 활동 같은 것들이 대학 문화 내에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때 미리 이런 활동을 경험한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작게나마 자기가 할 수 있는 나눔 활동을 찾아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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