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가 함께 등산하면 좋은 점 몇 가지

몇 달 전부터 아내와 함께 등산을 합니다. 멀리 가는 건 아니고 인근 산들을 다닙니다. 새벽에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서 쉬엄쉬엄 산을 오릅니다. 그러다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자그마한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나눠 먹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바위에 기대 보온병에 담아온 따스한 커피 한잔을 먹습니다. 정상까지 갈 때도 있고 굳이 힘들면 중간에서 그냥 쉬엄쉬엄 내려올 때도 있습니다.

내년이면 결혼 20년 차 부부의 주말 둘만의 산행 이야기에 결혼 4년 차 후배가 연신 부럽다며 소주 한잔을 따라줍니다. 후배 눈에는 중년 부부가 주말에도 같은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이상적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런 후배에게 우리 동네 선배 형은 형수와 같이 사이클을 타기 위해서 요즘 형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준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후배 녀석이 앞에 소주잔을 들고 고개를 한번 갸웃하며 부부가 나이 먹으면 따로 노는 줄 알았더니 다들 재밌게 산다며, 자기도 나이 먹으면 꼭 같이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소주 한잔을 시원하게 비웁니다.

후배 화니야~~ 자, 그럼 이제부터 네가 부러워하는 우리 동네 중년 부부들의 실상을 이야기해줄게. 먼저 우리 부부. 아내와 등산 다니면 좋은 점 딱 4가지만 얘기해줄게.

첫 번째, 산에 가면 주말 보내는 데 딱히 돈이 안 들어. 등산화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올라가서 시간 때우기 딱 좋아.

둘째, 최소한 산에 있는 동안만큼은 싸울 일이 없어. 싸움도 힘이 있어야 하지. 숨차고 힘들어서 못 해.

셋째, 서너 시간 길게는 대여섯 시간 같이 있는데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 딱 산이다. 이 점이 난 제일 좋아.

넷째, 산에 갔다 오면 니 형수 아주 잘 자~. 밤까지 쭈욱~~~. 그래서 가끔은 아주 멀리 돌아서 내려올 때도 있어.

그리고 동네 형님 이야긴데, 형수가 며칠 전 맥주 한잔하면서 한탄을 하더라고. 우리 남편이 21년 전 연애할 때 자전거를 한번 가르쳐준다며 뒤에서 나를 안고 태워주기도 하고 그 더운 여름날 졸졸 따라다니며 한 시간이나 자전거 중심 잡아주며 연신 천천히 천천히, 조심 조심을 외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디 다친 데 없냐고 난리가 났던 사람이 며칠 전 몇 십 년 만에 다시 자전거 가르쳐주면서 내가 잡아주는 거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넘어지니까 저 멀리 그늘에 앉아서 딱 한마디 하더래. “일어나~~~”

말이 짧은 거 같다고 째려봤더니 한마디 더 해주더래. “인나~~” 우리 나이 때가 아내 자전거 가르쳐주기 참 편한 나이란 걸 나도 새삼 깨달았단다.

이러면서 왜 굳이 같이 다니냐고? 내년이면 결혼 60주년을 맞이하시는 우리 부모님도 아침마다 같이 집 앞 신학대 운동장으로 운동을 나가시는데 집에서 가끔 내려다보고 있으면 두 분이서 걸음 속도도 비슷하신데 같이 안 걸으시고 항상 반대편에서 돌아. 언뜻 보면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처럼 정확히 반대편에서 마주치시지. 그래서 하루는 아버지에게 두 분이 나란히 좀 걸으시지 왜 그렇게 떨어져 걸으시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이 나이 되면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뭘 더 바라냐!”

그래도 다음 말로 이 말은 꼭 하시더라고. “그래도 지지고 볶든 뭘 해도 부부끼리 같이 하라”고. “편하자고 따로 놀면 한도 끝도 없다”고.


백일성(44)님은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고딩 남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으며, 수필집 <나야나 가족 만만세> <땡큐, 패밀리>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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