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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짜증, 버리면 버려지는 게 신기해요”

제목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시기를 ‘1315세대’라고 부른다. 학교 현장에선 통제 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걱정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화 중 욕설을 사용하는 비율이 20% 이상 된다는 청소년도 76.6%에 이른다. 화를 조절 못 하고, “짜증 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거칠게 말하는 요즘 아이들. 그 공격적인 성향은 그대로 아이들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말해준다. 마음을 비워낸 만큼 변화하는 모습도 놀라운, 아이들의 마음수련 캠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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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요즘 애들’을
위한 변명

이인숙 구산초등학교 교사

내가 처음 부임했던 80년대의 아이들은 화나 짜증이 별로 없었다. 어른과 친구들을 생각할 줄 알고 온순하며, 다혈질이나 공격성이 적어 다투는 일도 없었다. 수업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 한두 명 산만한 아이를 제외하고는 자기 마음을 주체 못 하는 아이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요즘엔 매해 3월 학부모 총회 때마다 “요즘 아이들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해가 갈수록 점점 정이 메말라 가고, 남을 생각하거나 배려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수련 명상 1, 2과정 방법을 해보게 했다. 공부에 대한 집착이나 부모, 친구에 대한 미움 등을 떠올려 그 마음을 빼게 한 것. 아이들에겐 스트레스 1순위가 부모이고 2위가 교사라 하지 않던가.
교사가 먼저 편안하게 다가가 공감하며 마음을 버리게 하니 아이들이 밝아지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학업 성취도가 올라갔고 공격성이 줄어들었다. 잘 다투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년 전 일이다. 우울증에 인터넷 중독이었던 기훈이는 한번 화가 나면 자기 감정을 조절 못 하고 씩씩대며, 어른이고 교사고 안 보이던 아이였다. 한번은 친구와 싸워 상담하려고 남으라 했더니, 씩씩거리고 소리 지르다 가방도 놓고 집으로 가버렸다. 예전 같으면 혼내거나 손바닥 매질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울분과 화, 짜증, 열등감을 풀어내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여러 날에 걸쳐 아이가 마음을 버리도록 유도하자 편안한 마음을 찾았다. 표정도 밝아지고 돌출 행동을 덜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여지없이 부모의 행동 양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가장 클 시기여서 엄마와 같은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 때문에 고민하고 상담하시는 부모님께 꼭 먼저 마음을 버려보시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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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이중적이며 감사를 모르던 아이

성현우 14세. 경기도 성남시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난 모범생이라 불렸고, 주위에서도 항상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자 슬슬 교만함을 갖더니 감사함을 모르는 아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때문에 울고 힘들어했던 아이들도 꽤 많이 있었다. 친구와 하루에 한 번씩은 치고받고 싸우고, 친구의 약점을 잡아 놀리기도 했다. 열 살 남짓한 나이였기 때문에 내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했다.
어른들 앞에서는 모범생이었지만, 친구들에게는 못되게 굴었으니 난 이중적이었다. 엄마는 나 때문에 우시기도 했다. 너무 삐뚤어져서 잡아 줄 수 없을 지경이 되기 직전, 마음수련 명상을 알게 되었다.
열 살 때였다.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에서 명상을 시작해보니 나는 참 이상한 아이였다. 마음속으로 자기가 혐오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곧 나 자신이었다. 넌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왜 이렇게 짜증이 많냐고, 왜 배려심이 이렇게 없냐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지만 실은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또 내가 그동안 이런 행동들을 왜 해왔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서 버리다 보니 그동안 나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받으려 했고 또 항상 받아왔었다. 주위 사람들은 내게 거의가 친절했었다. 그래서 그 호의를 잃을까 두려워 언제나 내 진심은 꼭꼭 숨겨둔 채 가식의 얼굴만을 내비쳐 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안에 억눌려 있던 것이 쌓여 주위 사람들에게 예민해지고, 그것이 굳이 가식을 떨 필요가 없는 친구들에게 표출되었던 것이다.
난 특히 내가 칭찬받았던 기억, 내가 칭찬 받으려고 했던 행동들, 예를 들면 아이답지 않게 선물을 사양하고 친구들 앞에서 아는 체했던 기억들을 버렸다. 버리는 도중에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이렇게 못난 나에게도 친구라고 친절히 대해주던 급우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런 ‘마음 사진’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성격이 만들어지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했으리라.
그런데 좀 더 명상을 해보니 이유는 비단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던 내 건강 탓도 있었다. 몸이 힘들어서 고생했던 기억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주위 사람에게 화를 내는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갔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웃는 얼굴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또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찬 투정 같은 것을 포함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들도 모두 잘 보이기 위한 형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나’가 생겨난 배경을 보니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받아만 왔던 기억들 때문이었다. 나는 이것도 버렸다.
위에서 말한 것들을 내가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아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일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사춘기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하지 않고 먼저 나를 없애본다. 덕분에 요즘은 내가 짜증을 많이 낸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장 좋은 점은 가식으로써의 내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을 주위 어른들께 편하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어른들과의 대화도 더욱 편해졌다. 예전에 통지표에 항상 좀 예민하다고 쓰셨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고 활발하다고 써주신다.
나는 내가 명상을 어린 시절에 만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사진’들을 남기지 않고 바뀐 것에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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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상대의 의사를 묻고 행동하다

김상철 13세. 서울시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우셨다. 동생과 나는 눈치를 보고 자신 없어 하는 성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들보다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며 자라가고 있었다.
학교에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으면 화를 참지 못해 친구들이랑 싸움하는 불량 학생이어서 선생님들에게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원래 엄마한테도 화를 잘 내고 기분 상하면 나에게도 화를 내고 그랬다. 동생도 퍽퍽 때리고, 친구들에게 욕을 막 했다. 내가 너무 욕을 많이 써서 ‘욕쟁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엄마가 어느 날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를 가라 하셨을 때 난 가기 싫었다. 열심히 하면 휴대폰을 사주신다는 엄마의 권유와 설득으로 가게 되었을 때도 내가 원한 것이 아니어서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휴대폰이 생긴다는 생각에 매일 열심히 했다. 캠프엔 형, 누나, 동생들로 가득했고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학교에서처럼 무시당할까?”
이런 생각을 안고 “이제 지옥의 시작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점점 지옥이 아니라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싸우고, 욕하고, 짜증 내는 기억을 버릴수록 내 기분이 좋아지고, 짜증도 나지 않았고 상대방이 나와 같은 존재란 걸 알게 되어 내가 잘못을 하면 바로 사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학교생활로 돌아간 후에 친구들은 내 모습을 낯설어했다. 늘 나에게 시비를 걸던 애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점점 나는 욕을 하는 일도 사라지고 친구의 의사를 물어보며 대하기 시작했다.
5학년 때부터 나를 자주 괴롭히고, 짜증 나게 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3교시에 그 친구가 싸움을 걸었다. 나는 할 수 없이 겁만 주려고 살짝 배만 건드렸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도망가 버렸다. 4교시에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 친구가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교장실까지 가게 되고 학교에선 내가 나쁜 아이로 찍히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집으로 연락을 하고 엄마가 친구의 어머니를 만나 사과하고 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내가 때려서 병원에 실려간 것처럼 돼서 억울했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엄마에게 절대로 나는 함부로 때리는 애가 아니고, 그 친구가 스스로 놀라서 쓰러진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내가 마음수련 명상을 안 했다면 참지 못하고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아들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에게 예전처럼 무시하거나 때리지 않고 엄마가 없을 때 동생을 엄마 대신 보호해주는 형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꼭 의사를 물어보아 행동해서 지금은 동생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점점 선생님들도 나를 인정해주시고 친구들도 많아지게 됐다. 예전엔 욕과 싸움이 나의 방패였지만 지금은 대화가 나의 방패가 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내가 엄청나게 바뀐 것 같아 너무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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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성격을
고치는 최고의 방법,
진짜 신기하다!

이주승 13세. 울산시

옛날에는 친구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 나를 화나게 만들거나 살짝만 건드려도 나는 정말 참지 못하고 주먹이 날아갔다.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왜 따라오는데?”라고 하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는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때렸다. 모른 척하고 집에 오니 잠시 후에 그 애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엄마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때도 내가 잘못한 게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명상을 해보니 상대방을 괴롭히면 그것이 바로 나한테 온다는 걸 알았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마음수련이라는 명상를 배웠다. 처음엔 집에 가고 싶었지만 차근차근 마음을 버렸더니 정말 버려졌다. 그 후로는 성격도 고쳐졌고 특히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젠 속에서 가짜가 때려라 때려라 해도 진짜 마음이 가짜를 사라져주게 한다. 이것은 최고의 방법이다. 친구가 놀리면 나는 못 들은 척하고 화나는 마음을 버리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들과도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다. 내가 안 때리니까 친구들도 나와 친해지려고 한다. 동생을 대하는 것도 달라졌다. 가끔 엄마가 동생을 혼내면 감싸주게 된다.
명상을 배운 뒤, 배우지 않았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지옥에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더! 공부를 예전보다 잘하게 되었다. 집중력, 정서 불안이 나아졌다. 마음수련 명상은 정말 신비로우면서도 감동을 준다.

2010. 9. September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