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된 특집 드라마 ‘못난이 송편’이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짧은 특집극인 만큼 전체 구성이나 인물 설정 등은 단편적이었지만 그만큼 효과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큰 호응은 ‘왕따’ 현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할 수 있습니다.
왕따의 논리는 동물의 세계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강자는 살아남아도 약자는 버림받는 원시적인 약육강식의 논리이자,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힘의 문제입니다. 드라마에서 언급한 대로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는 행위임에도 틀림없고요.
반장 예빈(주다영 분)의 따돌림으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한 세진(조정은 분)은 같은 반 친구인 유민(김보라 분)을 왕따시키면 자신은 안전한 줄 알았습니다. 자신이 역으로 왕따가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거죠. 한때는 가해자였던 세진은 아슬아슬한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 약한 동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가해자 아이들은 피해자가 잘난 척해서, 못생겨서, 남들과 달라서라고 각종 핑계를 대지만 왕따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수천 수만 가지가 있습니다. 그들이 동물적인 생존 원리에 동의하고 추구하는 이상 핑계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드라마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왕따의 조건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남들에게 약점 잡히지 않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받는 것입니다. 가해자의 입장에 서면 최소한 자신은 왕따를 당하지 않으니 먼저 선동하는 법도 본능적으로 배웁니다.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는 이런 질서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익숙하게 반응합니다.
오순복(경수진 분)은 놀림당하지 않기 위해 오아영으로 개명합니다. 세진의 부모는 잘못했어도 약점이 될까 봐 사과하지 않습니다. 못생긴 아이는 성형수술을 하고 뚱뚱한 아이들은 살을 뺍니다. 시골 출신이란 것과 가난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게 약점이 될 수 있는 학교에서 재수 없이 걸리면 왕따를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나만 왕따를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그들의 질서는 살벌하다 못해 끔찍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생존을 가르친 건 바로 우리들의 사회입니다.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해도 아이들의 생존 원리는 전혀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 인간성을 상실한 사회라는 자조 섞인 비평을 우리는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원시적인 생존 본능만 배우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다면, 또 행복한 학창 시절을 갖게 해주고 싶다면 누군가 먼저 달라져야 하고 그 주체는 성인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약점부터 감추고 남의 약점을 들추는 아이로 자라서는 안 된다면, 부모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세진이의 어머니가 깨닫고 선생님 주희(김정화 분)가 변하고 소정(장지은 분)이 순복을 위로하기 시작한 것처럼 누군가는 먼저 변해야 희망이 생긴다는 것이죠.
드라마 한 편이 잘못 흐르고 있는 사회의 질서를 바꿔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꼭 언급되어야 할 사회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생각과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남과 다르면 못나고 약한 것이 아니라 ‘못생긴 송편일수록 더 눈에 잘 띄고 맛도 좋다’는 말을 기억해주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