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꿔.”
“아빠도 잘 자고요.”
“고마워.”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어이, 내 아들. 아빠도 좋아.”
불 꺼진 방 안에서 들려오는 아빠와 아들의 이 짤막한 대화에는 끈끈한 사랑이 느껴진다. 평소 아빠를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못했던 성동일의 아들 준이. 조금은 자신 없어 보이지만 “아빠 좋아”를 연발하는 아이 앞에서 아빠 성동일은 한없이 푸근해졌을 게다.
‘아빠 어디 가’는 어쩌면 성동일처럼 일에 바빠 조금은 소원해졌던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만큼 아빠를 힐링시켜주는 존재가 어디에 있겠는가.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첫 회에 아빠와 떠난 여행에서 가장 허름한 숙소가 정해지자 폭풍 오열을 했다. 두모리로 떠난 두 번째 여행에서도 최종 목적지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텐트를 치고 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눈물을 쏟아냈다. 아마도 어른들만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눈물까지 흘리며 아쉬워하는 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나온다 해도 그 진정성이 묻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국이의 눈물은 진짜라는 점에서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윤민수의 아들 후는 송종국의 딸 지아를 마음에 두고 있다. “어휴, 이 귀염둥이!”라며 마음을 드러낸다. 자신은 숨긴다고 숨기지만 다 드러나는 그 마음은 아빠들을 미소 짓게 한다. 후가 단 몇 차례의 방영만에 ‘국민 아들(?)’로 등극하게 된 것은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 써 그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삶은 계란을 먹고 싶은 마음과 지아와 민국이 형과 나눠 먹을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신이 다 먹어버리는 모습은 그 솔직한 속내를 잘 보여준다.
저녁 찬거리를 구하러 나온 길에서 만난 강아지나 병아리 때문에 좀체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지아는 그 존재만으로도 아빠 송종국을 ‘딸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아이. 송종국이 지아의 발을 닦아주거나 어설픈 솜씨로 아침을 챙겨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이 땅의 모든 ‘딸바보’ 아빠들의 마음 그대로일 게다.
한편 이종혁은 아빠라기보다는 삼촌 같은 모습이다. 귀차니스트들이기 마련인 아빠들의 자화상과 그럼에도 친구처럼 아들과 놀고 싶어 하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악동 같은 모습이 거기서는 묻어난다.
사실 ‘아빠 어디 가’는 특별히 대단한 이벤트가 있는 예능이 아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떠나 하는 것이라고는 잠잘 방을 택하고, 저녁거리를 구해 챙겨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며 한바탕 시골길을 걷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더해지기보다는 빼는 것으로써 더 특별해진 예능은 그저 달걀 몇 알만 갖고도 웃음을 전해준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 말이다.
무언가 많은 것을 설정하기보다 그저 아날로그적 공간에 아빠와 아이를 내버려두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담담히 포착하는 것만으로 웃음을 전해준다. 이 아이들과 아빠들의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현실에 부대끼면서,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지는 게 우리네 아빠들이다. 그런 아빠들에게 ‘아빠 어디 가’는 비타민 같은 웃음을 전해준다. 아이들이 전하는 순수한 웃음은 그 자체로 아빠들에게는 힐링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족과 아이를 돌아보는 기회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