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기적 같은 이야기는 가슴 아픈 사연과 동시에 말로 표현 못 할 감동을 준다. 특히 <MBC 휴먼다큐 사랑> ‘해나의 기적’은 보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인형같이 귀여운 외모의 3살짜리 꼬마 숙녀 해나는 선천적으로 기도가 없이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도 끝부분이 겨우 폐와 연결되어 있는 덕에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해나와 같은 희귀병을 가진 아이들 대부분은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거나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는데 해나는 폐에 연결된 튜브를 입에 끼운 채 숨을 쉬고, 배로 연결된 튜브로 분유를 먹으며 2년 반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기도가 없는 것 말고는 퍼펙트한’ 아기로 놀라울 만큼 의젓하게 잘 견뎌오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사랑과 에너지가 솟아오르게 하는 해나. 매 순간 기적 같은 삶을 사는 해나에게 정말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재미 교포 간호사 린제이 손이 서울대병원에 방문했다가 해나를 보게 됐고,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마크 홀터만 박사에게 해나 이야기를 한다. 해나를 만난 마크 홀터만 박사는 인공 기도 이식의 세계적 권위자 스웨덴의 파울로 마키아리니 박사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 이후 2년간의 노력의 결과로 해나는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기도 삽입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술에 이르기까지 해나 친가인 캐나다 사람들의 자선 행사와 모금 운동, 무료로 수술을 해주는 의사들, 무상으로 도움을 준 의료 기관들 등 10억 원에 달하는 수술 비용과 기타 제반 여건들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야말로 기적의 프로젝트라 아니할 수 없다.
“해나가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젝트가 결국 가능하게 된 것이야말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년의 기다림 끝에 미국 FDA의 수술 허가를 받게 된 후 해나 아버지 대런이 한 말이 가슴을 쳤다.
주사 맞기 싫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작은 손을 내젓는 세 살짜리 아기의 두려움과 고통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가, 자신을 보러 온 낯선 의사의 “이 튜브를 빼고 싶니?”라는 질문에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는 해나를 보면서는 눈물과 동시에 웃음을 짓고 말았다.
어린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해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무한한 희망과 긍정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해나를 지금껏 지탱케 해준 원동력이었으며 만나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해나의 마력이자, 에너지였다. 이 어린아이가 지닌 삶에 대한 그 무한한 에너지를 나도 닮고 싶었다.
해나가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후 처음으로 사탕을 입에 넣고 맛을 보는 장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고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지금껏 혀와 입술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해나가 서툴게 사탕의 맛을 보는 그 장면은 정말 그 누구도 연출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인간의 본능인 입과 혀로 빨고 맛을 보는 그 느낌을 이제 처음 시작하는 해나의 그 얼떨떨하고 경이로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아이도 아니건만 해나를 살리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던 사람들. 그 사랑과 열정이 기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휴먼다큐 사랑 ‘해나의 기적’은 TV를 보는 내내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 왜 아름다운지,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떠올리고 그 답을 찾아가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랑스런 해나, 아무쪼록 이 천사 같은 아이가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그 소명을 찾아 더 밝고 따뜻하게 빛나는 사람으로 성장해 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